썰물밀물

어릴 적 지금의 인천 서구 지역은 '개건너'로 불렸다. 바닷물이 드나들던 어귀를 건너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동구 송림동과의 사이에 놓인 나루터에서 거룻배를 타고 가야 했다. 1961년 인천교를 준공하면서 나루터는 없어졌지만, 한동안 인천인들에게 개건너란 이름은 계속됐다. '정겨운 명칭'을 잇고 싶은 집단의식의 표출로 보인다.

중고등학교 시절 개건너는 소풍 단골 장소이기도 했다. 그 때만 해도 서구는 전답과 농장 등을 아우르는 전형적 농촌마을이었다. 시내를 벗어나 모처럼 시골 내음을 맡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그 무렵엔 아무래도 도심에 살면서 찌든 때를 벗겨내는 자리로 안성맞춤이지 않았나 싶다.

이렇듯 한적했던 서구 지역은 1980년대 들어 개발 바람에 맞닥트릴 수밖에 없었다. 농촌에서 차츰 도시 면모를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988년 1월 북구에서 분리되기에 이르렀다. 당시엔 15만4600여명이 사는 중소도시였으며, 같은 해 5월 자치구로 승격됐다.

그랬던 서구가 인천에서 처음으로 인구 60만명의 대도시 반열에 올라섰다. 2015년 50만명을 돌파한 지 8년 만에 이뤄낸 대기록이다. 지역에 사는 외국인 1만2813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구는 총 61만2828명에 달한다. 전국 자치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인구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65만8000여명 거주의 서울 송파구다.

서구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서, 내년엔 전국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기초자치단체로 올라설 전망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서구엔 청라국제도시에 이어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 입주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검암역세권과 불로·대곡·오류·왕길지역 개발 사업도 한창 추진되는 상태다. 따라서 2024년 말엔 송파구 인구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예상된다. 서구는 다음 달 인구 60만명 달성 기념과 함께 음악회를 여는 등 대대적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주민들의 소중한 일상과 다양성이 모여 대도시를 만들었고, 서구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구는 이런 도시의 외형만큼 풀어야 할 당면 과제도 안고 있다. 우선 주민들이 실제로 여기는 거주 만족도를 어떻게 올리느냐에 달렸다. 지금으로선 잠재 발전 가능성이 크다곤 해도, '주민 행복'을 위한 정책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이처럼 내실을 다져야 겉만 번지르르한 데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은가. 앞으론 저출산 문제 등으로 60만 도시는 보기 어려우니, 현 서구의 모습은 '존재가치'를 더욱 높이는 듯하다.

▲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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