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장소 지명 주성재 한울엠플러스 272쪽, 2만4000원

땅이 있고 사람이 살았다. 사람은 변하지만 땅 위치는 잘 안 바뀐다. 사람은 지형을 바꾸고, 새로운 땅을 만들었다. 그렇게 지명은 사람의 편의와 사회, 환경적 요인으로 변한다. <인간 장소 지명(개정판)>은 “장소가 변화하고 장소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이 변화하고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한다. 그래서 지명은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설명한다.

주성재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가 쓴 <인간 장소 지명>은 지난 2018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다.

주 교수는 인천의 지명 논란을 분석했다.

'남구에서 미추홀구로, 동구와 서구는?' 이란 제목의 글에서 주 교수는 “1883년 제물포항 개항으로 발전을 거듭한 인천은 항구가 도시의 중심 역할을 했기에 이곳을 '중구'라 부를 합당한 이유를 갖게 됐고, 중구 오른쪽은 동구, 아래쪽은 남구, 남구의 위는 북구, 북구의 왼쪽은 서구라 한 것도 타당성이 있다”며 "인천은 간척으로 인한 토지 확대와 경인고속도로와 수도권 전철이 개통을 경험하면서 산업화의 중심이자 서울의 베드타운으로서 발전을 거듭했고, 이에 따라 도시의 영역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천은 도시 팽창으로 1988년 남구에서 남동구가 분리됐고, 1995년 북구를 분리해 경인고속도로의 북쪽은 계양구, 남쪽은 부평구, 남구에서 분리된 곳은 연수라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인천의 중구, 동구, 남구, 서구라는 지명이 광역시 전체의 행정구역 배치와 어울리지 않았고, 남구는 미추홀구로 변경됐지만, 동구와 서구는 지명 변경이 답보상태이다.

이 책에서는 또 한자어 차용에 따라 경기 안산의 지명 '고잔(古棧)'의 경우 강을 끼고 있는 '곶 안'에 위치한 특성으로 이름이 붙여졌고, 경기도 양주에 있던 '광석(廣石)'이라는 지명은 '너븐돌(넓은돌)'이 변형된 것으로 지명의 언어적 변화를 살폈다. 순우리말 벌말, 평촌 사례은 순우리말 지명이 한자어로 대체됐다.

이밖에 경기도 성남시 창곡동(倉谷洞)은 창고가 있고,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사들이 진을 쳤던 곳이어서 '창(槍)말'이라 불리던 곳이 변형된 것으로 나타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