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오스카' 하비 어워드 수상자 김금숙 작가
생애·예술에 대한 고뇌·일상 등 짧은 글에 담아
“햇빛 아래서 잠시 숨을 놓는다. 화분 대신 엄마에게 냉이를 가져가련다. 내가 캔 냉이로 엄마는 이 따스한 햇살을, 이 부드러운 바람을 국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봄을 먹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142쪽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그래픽 노블 작가 김금숙. 그가 강화의 자연을 그린 책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을 펴냈다.
프랑스를 주 무대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강화의 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자신의 삶과 작품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고흥 시골 마을에서 보낸 행복했던 유년 시절, 프랑스 유학 시절 겪은 차별과 예술에 대한 고뇌, 대도시를 떠나 강화 시골 마을에 이르기까지 삶의 결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살아가는 공간은 그 사람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긴 시간을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저자에게는 어린 시절 고향 집을 떠올리게 하는 강화의 시골집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어떤 곳에서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김금숙 작가는 늘 꿈꾸던 자연 속에서 남편과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느끼는 행복을 이 책에 묘사한다. 물론 시골에서의 삶이 늘 평화롭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잡풀과 벌레의 습격, 상상도 못 한 알레르기의 습격, 소문으로만 듣던 시골 텃세까지 일상의 고비가 하나둘 닥쳐왔다. 그러나 부닥치는 현실의 어려움은 오히려 이웃의 정을 경험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삶을 반추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는 만화 <개>, <아버지의 노래>, <이방인>과 사회의 아픔을 담은 <지슬>, <나목> 등을 쓰고 그렸다. 그의 작품 가운데 <풀>은 2020년 뉴욕타임스, 가디언의 '최고의 그래픽 노블',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하비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2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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