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업도에서 본 선단여, 2018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씨다. 사회적 거리 완화 이후 야외활동 인구의 증가세가 확연하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바깥 활동이 왕성해지고 있다. 앤데믹으로 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인천의 섬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문을 닫았던 인천의 섬 관광도 기지개를 활짝 켜고 올여름 시즌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옹진군의 수많은 섬 중에서도 그 가치가 단연 돋보이는 섬은 굴업도다. 나만의 호젓한 정취를 즐기던 섬에서 주말에는 한 달 전에 배표를 예매해야 하는 핫플레스가 된 지 오래다. 한때 대기업의 골프장 건설계획, 정부의 핵폐기장 장소로 거론되면서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던 굴업도가 최근 또 다시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덕적도와 대이작도 등과 함께 해변의 모래 유실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녹색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옹진군 굴업·덕적도 해역의 모래 채취와 관련한 행정절차를 중단하라고 인천시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30년 넘게 인천 앞바다에서 바닷모래가 퍼 올려졌으나 해양 환경변화에 대한 전문적인 검증은 없었다”며 “허가 과정의 수많은 협의 조건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8년 대대적으로 옹진의 섬 촬영에 나선 적이 있다. 그때 굴업도 해변에서 멀리 선단여(세 개의 돌기둥)를 바라보며 느꼈던 그 감흥은 지금도 생생하다. 필자에게는 늘 굴업도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발동하는 계기가 되는 풍광은 수두룩하다. 누구에게나 속세에 지친 마음을 보듬어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곳이 있을 것이다. 내겐 굴업도가 그런 곳이다.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보고를 후세에게 보전해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미래의 자연을 빌려서 사용하는 우리는 그 의무를 결코 소홀해서는 안된다. 올여름엔 꼭 굴업도로 다시 가서 섬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어지는 초여름이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