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심사 위해 신중하게 세 차례 심리
▲ 너무 더워서 사람이( ) 개(犬)처럼 엎드려 있는 글자가 伏(복)이다. /그림=소헌
▲ 너무 더워서 사람이( ) 개(犬)처럼 엎드려 있는 글자가 伏(복)이다. /그림=소헌

세상은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최소한 이 명제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제시할 종족이 나타났다. 삼복三伏 기간을 견뎌 낸 조선판 견공(犬)을 말한다. 녀석들은 이제 완전한 ‘자연견’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然(그러할 연)자를 들춰 보면 이유를 알게 된다.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고 조화로이 저절로 이루어진 일체一切 존재나 상태를 자연自然이라고 정의한다. 然(연)은 _(개고기 연)과 _(火. 불 화)가 합쳐진 글자다. 개(_)를 잡아 불(_)에 그슬려 먹는 동이족의 생활에서 유래한다. 지금은 애완견을 많이 기르는데, 저녁(夕. 月변형) 노을이 붉게 타오르면(_) 개(犬)를 데리고 나들이하는 것을 당연當然하게 여긴다. 삼복이 들어 있는 ‘개품달’(개를 품은 달)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 참말로 개를 좋아하여 배 속에 넣거나 가슴에 품거나.

 

엊그제 입추立秋를 맞았지만, 무더위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다. 그래도 말복이 지나면 뜨거운 불기운은 내리고 차가운 물기운이 오를 것이니(화강수승火降水昇)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반가운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중복물이 안 내리면 말복물이 진다’는데, 괜히 늦장마가 걱정이다. 복날과 관련된 4자속담을 보면서 잠시 시름을 잊었으면 한다.

 

(1)우각필왕(牛角必枉)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 굳은 소뿔조차도 녹아서 꼬부라진다는 뜻으로 삼복기간에는 날씨가 몹시 더움을 비유한다.

 

(2)복간매구(伏間賣狗) 삼복기간에 개 판다. 개 값이 가장 비싼 복날에 개를 판다는 것은 때를 잘 맞추어 일을 한다는 뜻이다. 삼복은 ‘복’ 또는 ‘복날’이라고도 부른다.

 

(3)순착반립(脣着飯粒) 직역하면 ‘입술에 달라붙은 밥알’이다. 삼복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뜻이다. 얼마나 더우면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밥알 한 톨 무게조차도 힘겨울까? 그만큼 더위를 이겨 내기가 힘겨움을 비유한다.

 

(4)구모모자(狗毛帽子) 삼복 철 개털 모자. 더운 삼복에 겨울철에 쓰는 개털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으로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비유하는 말이다.

 

 

枉 왕 [굽다 / 복종하다]

①부수 _(왼손 좌)는 싹이 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②枉(왕)은 木(목)과 王(_무성할 왕. 생략형)이 합쳐졌다. 나무가 무성하면 가지는 구부러지기 마련이다. ③왕 노릇도 오래하면 구부러진다.

 

伏 복 [엎드리다 / 숨다 / 복날]

①사람(_)과 개(犬)가 합쳐진 伏(복)은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글자다. 너무 더워서 바짝 엎드려 기진맥진하여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연상해 보라._ ②伏(복)은 개(犬)가 사람(_) 옆에서 _머리를 숙여 엎드린 형상이기도 하지만, 개의 신분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사람이 굴복하고 있는 모양은 아닐까? 실제로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짖어대는 개를 보면 서열이 바뀌었음을 증명한다. 개껌 하나가 얼마라더라?

 

삼복三復은 죄인의 심사를 신중히 하기 위하여 세 차례나 심리하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형벌을 받고 있는 자에 대한 사면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크다. 광복절을 맞아 ‘이재용 가석방’이 수면 위로 올랐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공정이 돈에게 엎드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사람(_)이 개(犬)에게 엎드릴(伏) 수 없듯이 촛불로 이룬 민주주의가 국정농단의 빌미가 된 자본주의에 굴복屈伏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정도는 개들도 안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