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경기도 분도(分道)론이 고개를 들었다. 정치권에서 시작한 경기도 분도론은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올랐지만 34년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를 반복했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분도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기북도 설치의 촉매제가 될 국회 경기북도 설치 추진단이 지난 19일 출범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정부을)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동두천·연천)이 '경기북도 설치법'을 대표발의했다.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공청회까지 마쳤다. 경기북도 설치법을 공청회까지 진행한 것은 1987년 경기북도 설치가 대선공약으로 나온 후 처음이다. 경기북부는 경기남부에 비해 경제·사회·교육·문화 등의 생활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 추진단은 앞으로 시민단체와 경기지역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들도 함께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민철 의원은 “경기북부는 지난 70년 동안 '안보'를 이유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으며 많은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 왔으며, 경기북부가 발전하려면 별도의 광역자치행정 주체가 되어 독자적인 개발계획과 효율적인 도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철 의원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경기북도 설치 추진단 공동대표를 맡았다. 민주당의 중진인 김진표, 안민석, 윤호중, 정성호 의원과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고문단으로 참여했다. 이 밖에 민주당 의원 23명과 국민의힘 의원 1명이 추진위원을 맡으면서 모두 31명이 경기북도 설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경기북도 설치 논의는 1987년 시작됐다. 제13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대선공약으로 처음 제시하면서다. 현재 경기도는 한강을 기준으로 남부 20곳, 북부 11곳 등 모두 31개 시·군이 있다. 이를 각각 묶어서 경기 남부와 경기 북부로 만들자는 게 분도론이다. 사실 분도는 남부지역보다 북부지역이 더 원한다. 지리적 특수성(접경지)과 군사시설보호법, 그린벨트,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경기북도 설치 또는 분도 주장은 34년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의 단골 공약으로 자주 등장할 정도다. 1990년대 정주영·김대중·김영삼 후보 등이 지속해서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도 지난 199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분도론을 제시했다. 그러다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북부 10개 시군의장단협의회가 '경기 북부 분도 촉구 건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2003년엔 총선에 앞서 경기도 분도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제17대 대선 때는 경기 북부의 시민단체 5곳이 경기 북부 신설 운동연합회를 발족시켰다. 2010년엔 경기 북부 인구가 300만을 돌파하면서 분도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분도는 찬성과 반대로 엇갈려 결실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북부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21대 국회에 들어와 출범 초기부터 여야 가릴 것 없이 경기 북부 설치법안을 두 건이나 제출했다. 이러면서 일각에서는 분도론의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여건까지 갖춰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인구수만 보더라도 경기 북부는 346만명이 넘어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경기 남부, 서울시에 이어 3번째다. 인구 측면 하나로만으로 경기북도 분도론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기도북부청, 경기도교육청북부청, 의정부지법·지검, 경기북부보훈지청·병무청,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등 공공기관도 갖췄다.

그렇다고 분도가 현실화되는 건 아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권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6월 인천일보TV와 인터뷰에서 분도론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경기도가 워낙 넓고 남쪽과 북쪽 사이에 격차가 있는데 이걸 지금대로 끌고 가는 것이 옳으냐 하는 것이 경기도 분도론의 근거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민철 의원이 지난해 9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경기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경기북도 설치에 46.3%가 찬성했고, 33.2%가 반대했다. 이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떠나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음을 보여준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