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놓고 찬반 의견으로 갈려 논쟁이 뜨겁다. 찬성 측은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 반대편에선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논쟁을 보고 지인 K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매년 5월 비 오는 날이면 술에 취해 K는 병원 치료받다가 숨진 아버지의 얘기를 했다. K의 그 악몽 같은 시간을 다시 꺼내는 것은 병원 치료받다가 가족을 잃은 K와 같은 사람이 1년에 수천 명에 달한다고 하니, 어떻게 남의 일일까 싶어서다.

2008년 3∼5월. K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고 K의 가족 모두 악몽 같은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해 지금도 그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착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K의 아버지(72)는 평소 병원이라고는 다녀본 적이 없는 건강한 분이었다.

별세하기 2년 전부터 심장판막 질환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그다지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았다. 약물치료도 담당 의사의 소견이었다. 2008년 3월 담당 의사는 심장판막 질환이 악화됐다면서 수술을 권유했다. 간단한 수술이란 말만 듣고 걸어서 병원에 입원한 K의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3개월, 수술만 4차례 받고 끝내 숨을 거두셨다.

의사 말로는 2차례는 심장판막 관련 수술이었고 3번째는 병원 입원 후 급격히 악화된 신장에 대한 수술이었다. 마지막은 배를 복개했다가 내장이 균 감염으로 썩어 도저히 손을 써볼 수가 없어 그냥 봉합 수술로 덮었다. K는 이 과정에서 이뤄진 의료행위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무튼 그 당시 상황이 황망했다.

자가 호흡을 하지 못해 산소마스크 쓰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위해 자식으로서 K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병원으로부터 8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진료기록과 의료비 영수증을 돈 주고 받아 복사하는 일이었다. 3일 밤낮으로 K는 인터넷 검색기능을 활용해 병원 자료를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신장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에게 수술비용이 지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K는 대리수술이 있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됐다. 병원에 어떤 이유로 수술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항의성 문의를 했다. 병원 관계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병원 측 답변이 직원의 단순 실수란다. 병원에서 수술비용 미지출이 단순 실수라고 말하는데, 그게 흔한 일이냐고 물으니 그렇지 않다고 답변을 했다. 담당 의사가 수술 당시 입회한 것이 맞냐는 질의에 묵묵부답이었다.

K는 알음알음 법률 상담한 결과 의료사고 원인을 유가족들이 입증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 진료기록 분석을 다른 의료진에게 부탁해도 제대로 분석해 답변해 주지 않을 것이란 대답도 들었다. 숨진 아버지를 놓고 억울해서 K 가족 중 한 사람은 사망원인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해보자고 주장했지만 '공룡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가족들은 회의 끝에 장례를 치렀다.

K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법 논쟁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의료행위를 위축시킨다는 말이 그렇고,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말도 그렇다. 너무 옹색하단다. K의 사연을 듣고 보니 충분히 수긍됐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CCTV가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했다는 말인지. 택시와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운전자의 운전을 위축시킨다는 말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뭐가 옳은지 되새겨 봐도 그렇다.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로 K와 같은 억울한 사연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김기원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