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지난 라면봉투부터 플라스틱 물통 등
그물서 분류까지 장시간…수거도 오래 걸려
“원천적 차단방법 찾고 선상집하장 마련을”

인천시, 지난해 강화지역 수매량만 62t 달해
▲ 한강하구 인근 어민들이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15일 한 어민이 조업 중 그물에 걸린 부유물을 걷어내고 있다.(왼쪽) 조업을 마친 어민이 그물에 함께 올라온 쓰레기와 물고기를 분류하고 있다.

“저는 새우잡이 어민인데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가 된 것 같아요.”

지난 15일 오후 2시 인천 강화도 인근 한강하구. 20여년 동안 조업활동을 하고 있는 조모(60)씨는 그물을 확인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조씨가 바다에 잠겨있던 그물을 끌어올리자 그물엔 새우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쓰레기들이 걸려있었다. 라면·과자 포장지, 플라스틱 물통 등이 눈에 띄었다. 조씨는 “그물을 올리면 새우 반, 쓰레기 반”이라며 “걷어 올린 쓰레기들을 보면 종류도 다양하지만 수십 년 전에 버려진 쓰레기도 있다. 라면 봉투를 보면 현재 볼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옛날에 만들어진 것이다”고 털어놨다.

한강하구에서 조업을 하는 인천지역 어민들은 한강을 통해 유입되는 해양 쓰레기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강화 지역 어민들에게 수매한 해양 쓰레기는 총 44만8990ℓ, 62t에 달한다. 시는 해마다 예산을 들여 강화 지역 어민들에게 해양 쓰레기를 수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물에 해양생물과 함께 올라온 쓰레기를 분류하는데 수십 시간이 걸린다고 어민들은 입을 모았다. 어민들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그물을 육지로 가져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선풍기 앞에서 쓰레기와 해양생물을 분류하는 작업이다. 선풍기 바람에 작은 비닐 등 가벼운 쓰레기들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모아둔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도 문제다. 쓰레기를 빨리 수거해 가지 않으면 악취가 나기 때문에 집하장 설치가 필요하다는 게 어민들 설명이다. 어민 김모(41)씨는 “쓰레기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수거를 빨리 안 해가서 악취가 나는 것도 골치”라며 “빨리 수거해가면 좋겠지만 양이 많지 않다 보니 트럭을 채울 수 있는 양이 돼야 가져간다. 쓰레기를 모아두고 관리할 수 있는 선상집하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인천지역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천을 비롯해 육지부에서 쓸려오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하천과 육지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찾고, 하천마다 설치된 부유 차단막을 점검해야 한다”며 “아울러 어민들이 가져온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어민들도 쓰레기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는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 집하장을 만들어 두면 쓰레기 관리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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