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교사들 폐지 또는 재량 휴무일 지정 목소리

본래의 의미 퇴색됐을뿐더러
사용하지 않는 호칭·축하 부담
청탁금지법 이후 의미 왜곡도
▲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인천 부평구 구립산곡2동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카네이션을 이용해 그린 그림을 들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스승의 날을 폐지하거나 재량 휴무일로 지정했으면 좋겠어요.”

5월15일이면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감사를 전하는 교실 풍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인천지역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폐지하거나 휴무일로 지정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본래 의미가 퇴색됐을뿐더러 '스승'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 탓에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스승의 날은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지정한 날이다. 1963년 충남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 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다.

13일 인천교원총연합회와 인천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최근 현장 교사들 사이에 스승의 날에 크게 의미를 두거나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교사와 스승의 날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떠오른 탓이다.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축하한다는 말을 듣는 게 민망해 스승의 날을 없애거나 학교에서 재량 휴무일로 지정하길 바라는 교사들이 대다수다.

인천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들은 무언가를 받고 싶어하거나 원한 적이 없는데 스승의 날만 되면 각종 이슈로 관심이 쏠리다 보니 자괴감을 느낀다”며 “폐지가 어렵다면 5월1일로 변경해 교사들도 쉬거나 아예 학기가 끝나고 졸업식이 열리는 2월 말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교육청에서도 스승의 날과 함께 항상 청렴이라는 단어를 앞에 두니 경고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근무한 학교들도 대부분 스승의 날을 재량 휴무일로 지정했고 교사들끼리 격려하고 끝나는 게 전부라 폐지해도 무관하다”고 전했다.

2년 전,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고 주장한 바 있다. 스승이라는 단어가 마치 특정 계급을 내세우는 것 같아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다.

정성식 고문은 “교육기본법에도 교육당사자 외에 스승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며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포함해 평생교육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이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교육의 날을 제정하는 것이 현시대의 흐름에 맞다”고 제안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