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도 이에 적극적이다. 올 4월 인천상공회의소는 5대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로 '친기업 문화 및 ESG 경영환경 조성'을 내걸었다. 그 일환으로 5월26일에는 'ESG 혁명이 온다'라는 주제로 제1회 ESG 경영포럼을 연다.

격월로 열리는 이 포럼을 통해 인천을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의 ESG 경영에 도움을 줄 예정이라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ESG 해외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고, 한국산업단지 인천지역본부는 5월2일 인천지역 ESG 경영확산을 위해 '인천 ESG서포터즈' 발대식을 가졌다.

ESG가 무엇이길래 경제계를 뒤흔드는 화두가 되었을까.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딴 용어이다. 2004년 UN Global Compact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기업경영에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로 정착 중이다. 투자자와 평가기관은 ESG 지표를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ESG 지표를 활용한다. 기업은 돈만 벌면 된다는 전통방식에서 벗어나 친환경적 기업경영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을 얻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 생존 가능한 시대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여러 선진국을 따돌리고 좋은 평가를 받은 것에 대해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징표'라며 고무된 반응이다. 이유야 어떻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의 기업환경도 1등급을 받을 만큼 우수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요 며칠 사이 평택항과 현대제철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잇달아 사망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현대제철 사고는 현대제철이 매년 공급망 ESG 평가를 내걸고 노동·인권, 환경, 준법, 안전 등 잠재적 리스크 점검 중에 일어났다.

정부는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것이 현실이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승자독식의 비즈니스 환경이 대세인 우리나라에서는 ESG 경영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 이슈이다. 이윤추구에만 몰두해서는 기업의 존속이 어렵다. 평가기관과 주주의 압박을 넘어 소비 트렌드가 착한 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SNS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은 가포집(稼圃集)에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 즉 재물은 물과 같이 공평하고, 사람 사이의 정직함은 저울 같다는 말을 남겼다 전한다.

유럽에서 ESG가 탄생한 배경에는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책임투자가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등장한 각종 편법, 부실한 안전시설과 안전관리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ESG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거나 기업의 이익창출을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로 사회에 정착한다면 양극화 현상을 넘어 공존의 시대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산업부는 금년 하반기에 한국형 ESG(K-ESG) 지표를 마련할 예정이라 한다. ESG 경영이 산업재해를 막는 수단이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