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주관으로 '제1회 콜로키움'이 열렸다. 주제는 지금의 핫 이슈이자 어려운 지역 경제상황을 대변하듯 '지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그 시민적, 진보적 방법을 모색하며'였다. 행사에 끝까지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소회를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노동운동과 진보운동 진영에서 가장 많이, 가장 줄기차게 외쳤던 구호가 아마 '반신자유주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마 거의 입에 붙다시피 한 관성적 워딩이었을 것이다. 시쳇말로 구호만 빡세게 수없이 외쳤지만 정작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떻게 대안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천착과 연구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열심히 외치면서 투쟁하면 포스트 신자유주의 체제가 언젠가는 올 줄 알았던 착시현상도 있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요즘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지역화폐와 함께, 또 한축으로 세인들로 하여금 가장 깊은 사유와 고민의 방점을 놓고 있는 주제가 바로 '지역순환경제'가 아닐까 싶다.

영국의 프레스톤 등 유럽과 미국의 여러 지역에 번지고 있는 이 주제를 접할 때마다 함께 겹쳐오는 생각들은, 대자본에 저항하고 신자유주의 체제를 극복하면서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 대안적 실마리를 던져주는데 있어 지역순환경제는 매우 의미심장하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행사의 발제 후반부에 가서 지역순환경제의 의미를 가장 함축적이고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해놓은 키 센텐스를 발견하게 된다. “지역순환경제라 함은 로컬의 글로벌에 대한, 지역의 중앙에 대한, 그리고 분권과 주민민주주의 독점자본의 폭주에 대한 대항이자 도전이며 유력한 대안이다.”

이토록 유려하고 명쾌하면서도, 이렇게 지역순환경제의 숨은 본질을 핵심적으로 정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좀 더 깊이 학습을 하다보면 위의 표현이 지역순환경제와 절절히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날 열린 '콜로키움'은 이러한 주제와 키워딩적 의미를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다룬 행사였기에 여운과 각인의 정도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행사는 인천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70여명 이상이 화상을 통해 참여했다. 언택트 시기인 요즘, 최근래에 이 정도 많은 인원이 화상으로 참여했던 행사가 있었을지 싶을 정도로 열기와 관심은 뜨거웠다.

그만큼 답답하고 핍진된 현재 지역경제의 어두운 현실에서, 뭔가 한줄기 대안과 방도를 찾아보려는 관심의 표현이자 의지의 소산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하여, 이번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가 주관한 '제1회 콜로키움'이 비단 1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혹은 반짝 카타르시스 수준을 넘어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이유와 당위가 또 한편으로 스며있지 않나 사료된다.

더 나아가 지역순화경제라는 실천적 어젠다를 매개로 하여, 전국적 네트워크와 조직화를 통해, 실제 각자의 지역에서 체현하고 체화해 나가는 실천 운동으로 이어질 때 더욱 유의미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한 구호의 반신자유주의 외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 마을에서, 지역에서 실천하고 체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실천적 반신자유주의 대안 운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번 콜로키움을 통해 다시 한번 다잡아 본다.

/이상헌 전 전국공무원노조 인천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