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지급률 월 최대 10%로…씀씀이 규모 따라 수혜 격차
80% 이상 혜택 받으려 사용 재정에 부담…'지속가능성' 의문

“인천이(e)음 캐시백 10%라는 보편적 지원책이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월 실국장회의에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선별·보편 지급 논란에 지역화폐 인천e음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3월 인천경영포럼 강연에서도 “인천e음은 경제활동인구의 90%가 사용하고, 50만원까지 쓴 돈을 10% 캐시백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며 “인천은 그런 논쟁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정책으로 지난해 3월 인천e음 캐시백 지급률을 월 최대 4%에서 10%로 상향했다. 지난해 본예산에서 838억원이었던 캐시백 예산은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거쳐 2136억원으로 불었다. 올해 재정 투입 규모도 3101억원에 이른다. 2년간 5000억원이 넘는 캐시백은 계층별 격차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씀씀이 규모로 캐시백 격차

6일 인천시가 발표한 '인천e음카드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민인식조사'에서 인천e음카드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로 응답자의 86.4%가 “캐시백 및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런 수치는 캐시백 정책 효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고소득층 쏠림 현상도 내포하고 있다. 응답자를 월평균 가구소득 구간별로 나눠 보면 '600만원 이상~800만원 미만' 구간이 93.2%로 가장 많았고, '800만원 이상'이라는 비율도 91.8%였다. 캐시백 혜택을 받으려고 인천e음을 사용한다는 응답률은 이들 고소득층에서만 90%를 넘어섰다.

인천e음 캐시백은 월 50만원 이하를 결제했을 때 10%, 50만원부터 100만원까지는 1% 혜택이 주어진다. 인천e음으로 한 달에 50만원을 결제하면 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처분소득이 적은 계층이 한 달에 인천e음카드로 5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캐시백을 5000원만 받는다. 보편적 지원책이라는 시의 발표와 달리 씀씀이 규모에 따라 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인천시 노인등록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가구 가운데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은 46.9%였다.

이번 조사에서 “인천e음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가운데 19.7%는 “선불로 충전할 현금이 없다”고 했다.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원 미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34.6%로 치솟는다. 이들은 월 5만원이 넘는 캐시백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캐시백 10%' 연간 3000억원

80% 이상이 캐시백 혜택을 받으려고 인천e음카드를 사용하는 현실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한계를 보여준다. 캐시백 지급 금액은 시 예산으로 충당된다. 올해 본예산에는 1950억원이 반영됐다. 시는 연말까지 10% 지급률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달 1151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용 규모대로라면 캐시백 10% 혜택은 한 해 3000억원 넘게 투입해야 유지될 수 있다. 인천e음 누적 발행액(충전금)은 지난달 5조원을 돌파했지만, 캐시백에 기대는 구조가 지속되면 재정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9년 예산 소진 문제로 시가 캐시백 비율을 3%로 낮추자 발행액이 급감하기도 했다. 시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단 올해까지는 10%를 유지하지만, 이후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긴 어렵다”며 “부가서비스 등을 다양화해 유인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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