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백령도엔 천연비행장이 있다. 사곶해변이다. 문화재청이 그 가치를 인정해 천연기념물(391호)로 지정했다. 모래층 위에 고운 규암 가루가 쌓여 형성된 길이 2㎞ 해변. 썰물 때면 폭이 200m에 달한다. 비행기도 뜨고내릴 수 있는데,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과 함께 세계에 단 두 곳만 있는 특수 지형이다.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해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천연비행장으로 활용됐다. 1990년대 초까지도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할 정도였다.

이렇게 천연비행장을 보유한 백령도에 요즘 공항 건설과 관련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백령면 솔개지구 일원 25만4000㎡에 50인승의 민·군 겸용 공항을 짓는 게 골자다. 인천 뭍에서 222㎞ 떨어진 백령도엔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 쾌속선으로 편도 4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날씨 탓에 툭하면 결항하기 일쑤여서, 주민 생활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민들은 공항을 만들면,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리라 믿는다.

백령공항 건설을 위한 각계 반응도 뜨겁다. 대정부 청원, 전문가 토론회, 시장·군수협의회 건의 등이 줄을 잇는다. 먼저 백령·대청·소청도 주민 2200명은 최근 백령공항 건설 예비타당성 통과 촉구 청원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여객선의 높은 결항률(18%)과 지연율(11%)로 1년에 100일 넘게 통행하지 못한다며 백령공항 건설을 요구했다. 인천시내를 오가려면 2~3일을 허비하고, 백령·대청·소청도를 찾는 관광객도 2~3일씩 묶이는 교통불편 탓에 다시 찾지 않는다고 한다.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도 지난 4월21일 강원도 고성에서 모임을 갖고 '백령공항 예타 사업 선정 촉구 공동건의'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접경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백령공항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협의회는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군, 인천시 강화·옹진군, 경기도 파주·김포시·연천군 등 휴전선 경계의 10개 시·군 단체장으로 꾸려져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어떨까. 일단 마뜩치 않은 듯하다. 백령공항 건설 사업은 올해 상반기 기획재정부 예타 조사 대상 심의에서 빠졌다. 인천시는 오는 7월 열릴 다음 심의에 백령공항 사업을 재상정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이 사업은 이미 지난해 5월과 12월 잇따라 예타 조사 대상에서 탈락했었다. 당시 기재부는 다른 지역 공항 개발 사업 부진과 공항 경제성 문제를 탈락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울릉공항과 비교해 '인천 홀대'란 지적이 나온다. 울릉공항(2025년 개항)은 2013년 예타 조사에서 비용대비편익(B/C) 값이 1.19로 나왔다. 2017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연구 결과 B/C값 2.19인 백령공항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비용 대비 편익 값이 1을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울릉공항 사업비는 6633억원으로, 백령공항 예상 사업비 1740억원보다 3.8배나 많다. 아무튼 당장은 백령도 주민들의 박탈감과 상실감이 크겠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끈기'를 발휘해야 할 듯싶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