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가는 ‘8살 여아 사망 사건’ 피의자 부부의 모습. /인천일보DB

올 3월 인천 한 가정집에서 몸이 매우 야윈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8살 여아는 ‘부모의 방임 속’에 화장실 바닥에서 싸늘하게 식어 가다 끝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친모는 밥을 스스로 먹지 못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딸을 찬물로 샤워시킨 뒤 물기를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고, 계부는 이를 지켜보고도 모바일 게임에 열중했다.

4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과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7)씨의 변호인은 “상습아동학대와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살인 혐의에 대해선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도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아내 B(28)씨의 변호인도 “(공소사실)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한다”며 “다음 공판기일에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올해 3월 임신한 상태에서 구속 기소된 B씨는 구속집행정지로 석방됐다가 지난달 초 출산을 하고 다시 구치소에 수용됐다. 이날 법정에는 신생아를 안고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올 3월2일 인천 중구 운남동 자택에서 딸 C(8)양을 학대·방임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C양 온몸에는 멍자국이 있었다.

특히 아이 시신은 심각한 영양 결핍이 의심될 정도로 야윈 상태였고, 몸무게는 또래보다 10㎏가량 적은 15㎏ 안팎으로 추정됐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해 8월부터 거짓말을 한다거나 대소변 실수를 했다며 C양에게 반찬 없이 맨밥만 주거나 하루나 이틀 동안 식사나 물을 전혀 주지 않고 굶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C양은 같은 해 12월부터 밥을 스스로 먹지 못하고 얼굴색도 변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C양이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밥과 물을 주지 않은 B씨는 딸이 옷을 입은 채 거실에서 소변을 보자 속옷까지 모두 벗긴 채 찬물로 샤워를 시켰고, 2시간 동안 딸의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아주지 않고 방치했다.

A씨는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는 딸을 보고도 거실에서 모바일 게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부부가 아이를 장기간 방치해 영양실조에 이르게 한 부분이 아이 사망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