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없어졌겠지만 예전 군대 내무반에는 '휴가떡' 문화가 있었다. 휴가 잘 다녀왔다는 신고 의례였다. 곧이 곧대로 시골에서부터 30여명 분의 떡을 짊어지고 오는 졸병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개 좀 일찍 도착해서는 부대 인근 시장에서 떡을 사들고 귀대했다. 나중엔 떡보다 튀김 음식을 더 선호해 '휴가덴푸라' 잔치판이 되기도 했다.

▶올 초 공무원 사회의 '시보떡' 논란이 일었다. 처음 뭔가 했더니, 공무원 사회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했다. 새로 임용된 공무원은 6개월간의 시보 기간을 거쳐 정식 공무원이 된다. 이를 기념해 선배 공무원들에게 떡을 돌려온 오랜 관행인 모양이다. 그런데 지난 1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떴다. “내 여자동기는 시보떡 때문에 운 적이 있다. 가정형편도 어렵고 해서 그냥 백설기만 하나씩 돌렸는데 옆 팀 팀장이 받자마자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에 마지못해 고맙다고 해놓고 나중에 걔 안보는 사이에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더라.” 이후 비판이 쏟아졌다. 새내기 공무원에게 부담과 상처가 될 수 있는 불합리한 공직 관행, 직장내 갑질이라는 지적이었다. 행정안전부장관이 나서 “조직내 경직된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했다.

▶공무원사회에는 시민들 눈에는 좀 낯선 관행들이 있기는 했다. 이제는 사라졌겠지만 과거에는 직원들이 상사를 식사 자리에 모시는 관행도 있었다. 평소 직원들끼리 추렴해 둔 돈으로 직속 국장 등의 간부를 초대하는 것이다. 사무실내 업무관계를 떠난 소통의 마당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밥값은 당연히 윗사람이나 선배가 내는 일반 직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 후 공직 직장마다 '시보떡' 근절 조치가 잇따랐다. 인천의 한 구청에선 시보 딱지를 뗀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축하 케이크를 돌렸다. 경기도 한 지자체에서는 시장의 격려문이 동봉된 축하떡이 전달됐다. 또 다른 경기도 한 구청에서는 새내기들에게 모니터 메모보드, 메모 바인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가 안겨졌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모두 주민 세금으로 마련한 것들이었다. 이왕 '시보떡'을 근절하는 취지라면 단체장이나 선배들 주머니돈으로 하는 게 맞지 않나.

▶경기도 4곳 지자체에서는 민원실과 행정복지센터에서 점심시간에 민원업무를 보지 않는 '점심시간 휴무제'의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민원실을 찾기 위해 회사에서 연차는 커녕, 반차도 맘대로 못쓰는 시민들은 '공무원 이기주의' 아니냐는 반응이다. 인천에서는 시청내에 부속의원의 설립이 추진된다고 한다. 공직사회도 고령화 돼 건강관리 및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 좋은데, 시민들의 부담을 무서워하는 '세금 감수성'은 영 빵점인 것 같다.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