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8월 서울관·9월 과천관서 소장품 공개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 마르크샤갈작 '붉은꽃다발과 연인들'. 이중섭 작 '황소'. 카미유 피사로 작 '퐁투아즈시장'. 피에르오귀스트르누아르작 '책읽는여인'. 김환기작 '여인들과항아리'.
(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 마르크샤갈작 '붉은꽃다발과 연인들'. 이중섭 작 '황소'. 카미유 피사로 작 '퐁투아즈시장'. 피에르오귀스트르누아르작 '책읽는여인'. 김환기작 '여인들과항아리'.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모네, 샤갈, 달리, 르누아르, 고갱까지 이름만 들어도 '억'소리 나는 미술 작품들이 몰려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28일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의 뜻에 따라 소장품 1만1023건, 약 2만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회장의 소장품 약 1226건, 1400여 점을 기증받아 올해 8월과 9월 소장품 전시를 진행한다. 미술관은 1969년 개관 이래 이번 기증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1만200여 점의 작품을 수집했다. 이 중 5400여 점이 기증품인 가운데 이번 1400여 점의 기증은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품에는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등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 점과 모네, 고갱, 르누아르, 피사로, 샤갈, 달리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등 회화가 대다수를 이루며, 회화 이외에도 판화, 소묘, 공예, 조각 등 다양하게 구성돼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한 작품들이 기증됐다. 이번 소장품 기증은 미술관의 경우 그동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미술작품을 보강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한국 근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발굴 매장문화재가 대부분이었던 박물관 역시 우리 역사의 전 시대를 망라한 미술, 역사, 공예 등 다양한 문화재들을 골고루 기증받아 고고·미술사·역사 분야 전반에 걸쳐 전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8월에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 개최를 시작으로 9월에 과천, 2022년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 또는 상설 전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다. 더욱 많은 국민이 소중한 미술 자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지역 공립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도 개최하고 해외 주요 미술관 순회전도 진행해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위상을 높일 방침이다. 아울러 기증품의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박물관과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하고,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한 주요 대표작 등을 국외 박물관과 미술관에 알릴 계획이다. '이건희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미술사적 가치를 조망하기 위한 관련 학술대회 등도 진행한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에도 9797건(2만1600여점)이 기증됐다. 기증품 중에는 겸재 정선의 '정선필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인 '김홍도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 우리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돼 있다.

문체부 황희 장관은 “한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해주신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께 감사하다”며 “국가지정문화재와 예술성·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이며,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기증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기증은 국내 문화자산의 안정적인 보존과 국민의 문화 향유권 제고, 지역의 박물관·미술관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정부의 다양한 문화 관련 사업의 기획과 추진에 있어 상승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