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 주민 생사확인 편지 실어나른 '평화통일 상징물'
독일 '영구 기증'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무상 임대' 조건
코레일, 독일 반환 요구에 해상 운송…파주시 “아쉽다”
▲ 독일 정부가 2015년 우리나라(코레일)에 기증해 파주 도라산역에 설치한 ‘미군 우편화차’를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당초 영구 기증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무상 임대 기간이 끝나 최근 독일로 반환했다. /사진제공=파주시

독일 정부가 2015년 우리나라(코레일)에 기증해 파주 도라산역에 설치한 '미군 우편화차'를 다시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 우편화차는 독일의 통일 전까지 동·서독 주민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자 보낸 편지를 실어 나르던 평화 통일의 상징물이다.

이런 이유에서 독일 정부는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며 이를 기증했다. 이후 코레일과 파주시가 각각 설치비를 부담해 도라산역에 전시했다.

그런데 당시 '독일 정부가 영구적으로 기증했다'는 대외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애초부터 무상 임대 조건이었다.

28일 코레일·파주시·독일 헬름휴테트시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2015년 10월 코레일에 미군 우편화차를 기증했다.

코레일은 광복 70주년이던 그해에 파주 도라산역에 통일 플랫폼을 조성했다. 당시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코레일은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의 마지막 종착역인 도라산역에 안보 관광유물인 미군 우편화차(길이 12.5m·무게 15.8t)를 설치·전시했다. 이후 많은 시민이 이를 보며 한반도 평화 통일을 기원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헬름휴테트시가 지난 2월 '전 세계에 3대밖에 없는 문화재급 유물이니 다시 돌려달라'고 코레일에 요청했다.

이에 코레일은 지난 21일 해상 운송편을 통해 미군 우편화차를 보냈다. 독일 정부가 기증한 지 6년 만이다. 독일 현지엔 6월 초쯤 도착한다.

그러나 기증 당시엔 독일 정부가 이를 영구적으로 기증했다고 알려졌다.

파주시가 2018년 경기도 공식 블로그에 올린 홍보 글에도 '독일 정부가 영구 기증했다'고 돼 있다.

코레일은 이 내용이 와전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레일은 2015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미군 우편화차를 빌려 썼다. 이후 독일에 재사용을 요구해 올해 2월까지 전시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재연장을 요구했는데, 헬름휴테트시가 허락하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어찌 된 일인지 2015년 당시부터 영구 기증이라고 알려졌다. 원래 무상으로 빌려 쓰는 조건이었다”며 “그랬기 때문에 독일도 지난해 9월부터 반환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미군 우편화차와 함께 기증한 베를린 장벽과 각종 전시물은 영구적으로 전시한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코레일이 지난달 공문을 보냈다. 그래서 반환 사실을 알았다”면서 “코레일이 담당한 것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다만 통일의 상징물이던 미군 우편화차가 독일로 돌아간 점은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