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준 보호작업장 중 시급 1000원 이하 18.2% 달해…수익사업만으로 인건비 충당하니 처우 열악
인천 서구, 민간 아닌 시설관리공단에 직업재활시설 위탁…임금 지급하고 일부 인원은 무기계약직 전환
▲ 종량제봉투를 생산하는 인천 서구장애인직업재활시설 내부 모습.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 인천 서구시설관리공단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10명을 정규직 전환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종량제봉투를 생산하는 서구장애인직업재활시설 내부 모습.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인천 서구 검단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서구구립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일정한 규격의 매끈한 종량제 봉투를 생산하기 위해 원료배합기와 압출성형기, 인쇄기가 쉴 새 없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설에서 일하는 수십여명 장애인들은 공정마다 분산 배치돼 각자 일에 여념이 없다.

다른 직업재활시설과 딱히 달라 보이지 않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시설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작업자들 중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정규직) 근로계약을 시설과 체결한 장애인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인천 유일 사례

인천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인천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 기관 등 40여 곳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현황을 파악한 결과 서구시설관리공단은 비정규직이었던 근로장애인 1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시설관리공단은 서구로부터 서구구립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일반 작업환경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작업환경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뜻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 보호작업장 ▲장애인 근로사업장 ▲장애인 직업적응훈련시설 세 가지로 나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노동 환경은 열악하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맹성규 국회의원(민·남동구갑)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548개 장애인보호작업장 중 시급 1000원이 되지 않는 곳이 30곳에 달했다. 시설에 고용된 장애인들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실시하는 생산능력 평가를 치르는데 여기서 생산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나오면 최저임금조차 적용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구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공단에 따르면 이 곳 장애인 노동자들은 생산 능력과 관계 없이 최저임금 이상인 서구 '생활임금'을 그간 받아왔다.

하지만 고용 불안정 문제는 피할 수 없었다. 공단은 장애인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그간 23개월 채용을 조건으로 달아 왔다. 기간제법 상 24개월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단은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 흐름에 따라 이들 중 일부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함으로써 고용 불안 문제를 이번에 해결한 셈이다. 공단은 2017년 12월 정규직 전환심의회를 열어 종량제봉투 생산 근로장애인 10명의 무기계약 전환을 결정했다.

정규직 전환자 유철환(55)씨는 “4년째 일하고 있는데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며 “항상 하던 일을 같이 하던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편하다. 이직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니 생활 역시 안정적이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민간 아닌 '공공기관' 운영, 정규직 전환 동력

현재 인천에는 총 33곳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있다. 이 시설들 중 근로장애인을 정규직 고용한 사례는 서구 외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직업재활시설과 타 지자체 직업재활시설 간 차이는 운영 주체에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공단 같은 '공공기관'이 시설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서구가 유일하다. 나머지 시설들은 사회복지법인이나 단체 같은 민간영역에서 위탁 받아 운영된다.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서구시설공단의 경우 서구로부터 시설 운영비를 지원 받는데, 여기에는 근로장애인들의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지원금이 끊길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장애인 고용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법인이나 단체 역시 시설 운영비를 각 지자체로부터 지원 받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서구와 달리 근로장애인에 대한 임금(또는 수당)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근로장애인에 대한 임금은 각 시설에서 진행하는 종량제봉투 생산, 판촉물 인쇄 등 수익사업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근로장애인들의 처우가 열악한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송창호 서구시설관리공단 장애인직업재활시설팀장은 “다른 시설들은 근로장애인을 '이용자'로 보지만 서구는 비록 23개월 기간의 정함이 있었지만 '근로자'(기간제)로 대우했기에 생활임금을 적용해 왔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분들도 계신데 기간 정함이 없는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구와 협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단은 정규직 전환 논의가 있을 2017년 당시 근무하던 근로장애인 50명 전원을 정규직화 하려고 했지만 상급 기관인 서구의 반대로 이들 중 10명만 전환했다. 서구는 당시 해당 시설의 업무가 직업훈련이라는 특성이 강한 만큼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정규직 인원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서구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는 정규직 근로장애인 외 비정규직 장애인 36명도 함께 일하고 있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보호작업장 같은 경우 상당히 열악한 처우에도 불구하고 거기라도 들어가려는 대기자가 줄 서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논의들이 많지만 다 비정규직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기업 역시 장애인 고용 문제를 '일자리'가 아닌 '복지'로 접근하는데 그러다 보니 평생 고용이 아닌 많은 장애인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준다는 관점이라, 안정적인 장애인 일자리가 없다”며 “서구 직업재활시설에서 진행된 장애인 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상당히 의미 있는 사례라 생각하며, 각 지자체마다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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