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정치를 잘하려면 반드시 전 시대의 치란(治亂)의 자취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 자취를 살펴보려면 오로지 역사의 기록을 상고하여야 한다.” 성군 세종대왕의 명언이다. 이 명언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를 갖추었다면 자신들의 불행이 어디에서,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가 있다. 정치지도자나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나라에 정도(正道)가 서 있을 때 녹(祿)을 받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나라에 정도가 서 있지 않을 때 녹을 받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공자의 말씀이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국민들은 짜증난다. 장관 후보자마다 도덕적 흠결이 튀어나온다.

국민이 보면 뻔한데 구차한 변명이다. 언제나 내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인 '내로남불'이다. 잘못은 고치고 허물이 있으면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당연하다. 정치지도자나 공직자는 올바른 이성과 양심을 담아 허물을 자기에게 구해야 바람직하다.

아직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코로나19가 한해 반 가까이 지났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반 국민 모두가 힘들고 무력감에 휩싸여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만 수입이 늘었다. 모두가 버거운 국민들이 낸 세금 덕분이 아닐까. 그런데도 누구하나 세비를 반납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크게 성금을 냈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지도자는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리더십은 인기가 아니라 성과다. 어떤 현안이나 문제를 조직적으로 풀어가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나 세금도, 백신 수급도 국민들 눈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알바 자리 얻기도 어려운 청년층들의 고충인 취업은 더더욱 그렇다.

현명한 리더의 지혜는 때론 나긋나긋하고 친절하게 또 때론 강렬하지만 명쾌하게 그리고 때론 토닥이며 아프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사람이 집착과 소유욕을 가진 동물일지라도 왜 그처럼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땅의 탐욕(貪慾)에서 헤어나질 못할까. “역사를 보면 한때는 그들이 적이 없는 듯 무적(無敵)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멸망하였다.” 인도 간디의 말이다. 역사가 얼마나 준엄한 것인가를 일컫는다. 역사는 비하될 수도 거부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똑 같은 결과로 평가된다. 정치지도자들은 이 같은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맥락이 역사다. 오만이라는 밭에는 모든 악의 잡초가 자라난다.

故 이건희 회장의 명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정치인은 사류, 관료행정은 삼류, 기업은 이류”라고 거침없는 발언은 26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미래를 향해 바쁘게 뛰고 있는 기업은 세계 일류에 가까워졌다. 부동산에 눈이 어두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는 부귀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원성을 사게 된다.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취하나 늘 부족하다.
세상에서 도(度)를 넘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 땅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는 부(富)의 축적이다. 소유욕이 지나치다 보니 법을 어긴다. 지나침이 화근의 원인이 된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 자신이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 그게 순리다. 남을 탓하거나 변하기를 재촉하지 말고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짧은 삶, 부끄러움 없는 인생으로, 가치 있는 인생으로 살아가야 될 것이 아닌가. 순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먹을 가까이 하면 검게 된다. 붉은 것을 가까이 하면 붉게 된다.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삶을 살아야 높은 품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두운 마음을 몸으로부터 떨쳐내야 한다. 사람 마음의 크기는 무한하다. 마음은 자신의 터전이다.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사는 잘 보여준다.

 

/김훈동 시인·전 경기도적십자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