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의 특징적인 변화로 '도시화'와 '고령화' 두 가지를 꼽았다. 전체 인구 중에서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도시화율이라고 하는데, 2020년 현재 세계의 평균 도시화율은 56.2%,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81.4%에 이른다. 물론 농촌 지역에 비해 도시 지역의 노인인구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화의 진전으로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노인이 도시에서 사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의 중심지인 도시의 특성상 도시의 기본적인 구성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이 활발한 청장년층에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많은 노인들이 도시에 거주하지만 정작 노인들이 살기에 적합한 도시는 드물다.

이러한 도시화에 따라 증가하는 고령인구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WHO에서는 2006년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이는 '활기찬 노년(active aging)'과 '살던 곳에서 나이 들어감(aging in place)'을 주요한 가치로 삼고, 도시 즉 지역사회 내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주요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는 해당 도시를 통제하고 평가해서 서열화하는 것보다는 전 세대가 살기 좋은 고령친화도시 확산을 위해 전 세계가 함께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내가 사는 지역사회에 노인인구가 많고 적음이나 내가 나이가 많고 적음과는 무관하게 모든 인간은 나이 들어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불변의 진리를 전제로 고령친화적 지역사회 실현은 우리 모두의 복지를 위한 당연한 전제 조건일 것이다. 따라서 과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 마을, 지역사회, 나라에서 앞으로 계속 나이 먹어가며 늙어가는 데 있어 안전, 편안, 자유, 독립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따져보아야 한다.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가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8대 영역은 외부 환경과 시설의 안전성, 편리성, 접근성 등의 '외부 환경과 시설', 대중교통의 편의성과 고령자의 사회참여 및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제고 등의 '교통수단 편의성', 고령자 주거시설의 안전과 편리성, 경제성 등 '주거 환경 안정성', 고령자의 사회, 문화, 여가활동의 접근성 제고와 사회적 소속감 증대 등 '여가 및 사회활동', 고령의 이미지 향상을 위한 교육 및 지역사회 내 고령자 역할 강화 등 '존중 및 사회통합', 고령자의 자원봉사 및 취업기회 확대와 지역사회공헌 활성화 등 '인적 자원의 활용', 고령자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정보제공체계 구축과 사회활동 및 인간관계 활성화 등 '의사소통 및 정보', 고령자 의료서비스의 충분성·적절성·접근성 강화와 고령자 건강생활 유지 및 자립생활 가능성 증대 등의 '건강 및 지역돌봄'이다.

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 가이드에 기초한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가입 후 첫 인증은 3년 후에 이루어지며, 그 이후부터는 5년마다 재인증을 거쳐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4개국 1114개 도시가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부산시, 세종시, 울산시, 제주도 등 5개 광역자치단체와 서울의 8개와 경기도 4개 등 23개 기초자치단체가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다.

물론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 가입이 도시의 고령친화성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지표라고 할 수도 없고, 고령친화도시네트워크에 가입한 국내 지자체들 중에는 정치적인 목적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음도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인천도 이미 고령화율이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어섰음을 감안해볼 때 아직까지 인천시와 관내 기초자치단체들 중 한 곳도 고령친화도시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령친화적인 도시 조성에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느덧 무역도시, 젊은 도시에서 고령도시로 바뀌어가고 있는 인천, 인천 시민들의 고령화에 발맞춰 고령친화도시로의 도시 리모델링이 시급한 시점이다.

 

/한정란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