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에서 학교 구성원과 이사 간에 고소 고발이 이어지는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사회가 공석인 이사도 선출 못해 오는 5월 신임 총장 선출이 불투명해졌다. 지성의 전당에서 있을 수 없는 볼썽사나운 일이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교수노동조합 경기대지회는 지난 20일 임기 한달여 남은 김인규 총장을 업무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교수노조 경기대지회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2018년 10월 총동문회 비상대책위원장을 개인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발했다. 김 총장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변호사 비용 등 550여만원을 교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수노조 경기대지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재단이사회가 총장을 파면하고 경기대 정상화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경기대 K교수는 지난해 9월 A이사와 B이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 이사들은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자격모용에 의한 사문서를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교수회와 총학생회, 직원노조도 지난 1월 손종국 전 총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2018년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손 전 총장이 A씨를 교수 채용해 줄 것처럼 속여 2억원을 편취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고소 고발전에 이어 이사회는 지난 23일 공석이던 정이사 4명을 선임하지 못해 오는 5월 총장 선출도 불투명해졌다. 서로 자기 사람을 이사에 앉히기 위해 입씨름을 하다가 결론을 못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대가 이런 내홍을 휩싸인 이유가 2004년 횡령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은 손종국 전 총장의 학교 복귀를 놓고 학교 구성원간에 찬반으로 갈려 다투고 있어 더 흉해 보인다. 학생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란 기형적인 학사일정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정작 학교를 책임 운영하는 주체들은 잿밥에만 관심 있는 모양새다. 지성의 전당에서 서로 헐뜯는 일이 너무 태연하게 벌어지는 것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경기대는 스스로 자정 능력을 상실해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정화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지금이라도 이사회와 교수,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이 흉한 모습을 털어내야 한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