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독이다 유혹이다

현란한 무당버섯

감언이설이다

사람들은 그 독을 마시며

조금씩 병들고 살고 죽어간다

 

온 겨울 가지 끝에 매달려

떨어지지도 소생하지도 못하는

가랑잎 한 장 그 참담한 미련을 본다

다시 살기 위해선 철저하게

절망해야 한다

절망하여 모질게 죽어야 한다

죽은 자리에서 비로소 새순이 돋아난다

 

절망이 약이 되는

죽음으로 죽음이 위로받는

십자가의 고통이

오늘 쓸쓸한 전의(戰意)로

나를 일으켜 세운다

 

홍윤숙 시인의 '희망과 절망'이다. 시인이 타계하시기 전 구순을 앞두고 내놓은 시집 '그 소식'에 실려 있다. 여기서 시인은 고통과 절망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삶의 깊이와 성찰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희망'은 독이고 유혹이며 그것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는 역설은 삶 자체가 고통이며 그 고통에서 무언가를 끌어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시인은 “다시 살기 위해선 철저하게 절망해야” 하며, “모질게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절망과 죽음에서 '새순'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절망과 고뇌, 고통과 죽음은 인간이 지녀야하는 실존적 조건이지만, 그것이 “새순이 돋아”나게 하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때문에 절망과 죽음은 우리의 삶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기제이다.

그리하여 시인이 역설하는 것은, 인간은 유한성과 허무함을 끊임없이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성찰의 자세이다. 이렇듯 절망과 고통을 대하는 시인의 시선은 인간의 내적 고투의 그림자까지 일일이 헤아리고 파헤쳐서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보편적 조건임을 상기시킨다. 고통과 절망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고통을 극복할 수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현실이 고통스러운가. 그 고통을 끌어안고 철저하게 절망해 보자. 모든 끝이 시작이다.

/강동우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