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살이 가족 친모 첫 공판서 사기혐의 인정
비극의 발단 생활고로 밝혀지면서 울먹이기도
변호인, 생계형 범죄·초범 등 강조…선처 호소
지난 15일, 인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일보DB
지난 15일, 인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일보DB

사기 혐의를 받는 친모가 재판 불출석 등 이유로 구속된 사이 친부 학대로 생후 2개월 여아가 크게 다친 '인천 모텔살이 가족' 비극의 발단은 생활고였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친모는 친구에게 수십 차례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김은엽 판사 심리로 열린 A(22·여)씨의 첫 공판에서 그의 국선 변호인은 “피고인은 생활고를 겪던 상황에서 친구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고 전과가 없는 초범”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 대한 양육 의지가 강하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피고인을 도우려 하는 부분은 재범 위험성을 낮추는 요소”라며 “부디 하루빨리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하얀색 마스크를 착용한 A씨도 “자백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A씨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친구 B씨에게 47차례에 걸쳐 총 115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수술비나 진료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사기 혐의로 A씨를 불구속 기소했으나 이후 재판부는 재판 불출석 등 이유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인천 부평구 일대에서 모텔살이를 하던 A씨는 이달 6일 위기 가정 여부를 살피기 위해 모텔을 방문한 경찰관에게 체포됐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범행 기간과 액수, 가정사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재판부는 이날 A씨에 대한 선고 기일을 불과 5일 뒤인 이달 26일로 잡으며 배려심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결심 후 선고까지 한 달 안팎이 걸린다.

어린 남매를 데리고 모텔살이를 했던 A씨 가족의 딱한 사연은 남편(27)이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A씨가 경찰에 체포된 직후 남편은 이달 12일 좁은 모텔 방에서 어린 남매를 혼자 돌보던 중 막내인 생후 2개월 딸을 학대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친부 학대로 머리를 크게 다친 여아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9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홀로 남겨진 오빠(2)는 현재 미추홀구 한 보육시설에 입소해 생활 중이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