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구역·동화마을 연관 전현직 공직자 영장 줄줄이 기각
경찰 “중대한 범죄인데 허탈감…정부 수사방침 역행”한숨
인천지방법원. /인천일보DB
인천지방법원. /인천일보DB

 

'부동산 투기 비리 공직자는 구속 수사하겠다'는 범정부 차원의 대원칙이 일선 법원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인천경찰이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공직자들을 잇따라 구속 심사대에 세웠으나, 인천지법에서 모두 구속 사유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20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전날 이 법원에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인천시의원 A(6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장기석 영장 전담 판사는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을 보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주거지도 일정하고 수사기관의 소환 요구에 성실하게 응해 도주할 우려도 없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2017년 8월7일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서구 백석동 한들도시개발 사업구역 일대 부지 3435㎡를 19억6000만원에 사들인 뒤 약 3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매입하고 2주 뒤인 같은 달 21일 해당 부지가 포함된 한들도시개발 사업지구는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그가 소유한 부지의 현 시세는 49억5000만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대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지법에서 부동산 투기 수사 선상에 오른 공직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천중부경찰서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중구청 6급 공무원 B(49)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가 해당 토지를 산 금액이 관광특구 인접 지역 지정에 관한 정보가 반영되지 않아 낮게 형성된 시세였다는 점이 충분하게 소명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B씨는 이날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경찰은 LH 직원들의 투기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달 10일 특별수사대를 꾸려 3기 신도시 등 투기 의심 지역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지금까지 계양테크노밸리(TV) 등 인천·부천지역 토지 거래자 85명이 수사나 내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경찰은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 수사관은 “공직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행위는 국민적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사안이 중한 범죄임을 고려해야 하는데 법원이 단순히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구속영장을 기각해 허탈감이 든다”며 “범정부가 세운 부동산 투기 비리 공직자에 대한 구속 수사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