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22년째 인천에서 살고 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곳의 출신으로 인천의 첫인상은 메마른 도시, 팍팍한 도시, 숨막히는 도시였다. 그러나 두 발로 골목에서부터 섬의 구석구석까지 다니며 내린 결론은 인천, 꽤 괜찮은 곳이라는 것이다. 좀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일조하기 위해서 환경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했고 지금은 행정에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두 딸아이가 인천이 살기 좋은 도시라 생각할 수 있도록 환경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인천은 회색도시, 공장도시, 아파트도시만이 아니다. 인천은 역사도시이면서 생태도시이기도 하다. 시민의 한사람으로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한반도의 3대 생태축인 서해안갯벌과 비무장지대가 인천에서 교차한다. 백두대간의 2차 산줄기인 한남정맥도 인천을 지난다. 인천은 자연생태에서 대한민국 첫 손가락에 꼽히는 곳인 것이다.

인천은 늘 격동의 중심이었다. 인천을 통해야 드나들 수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일제강점기 이후 임해공업지역으로 서울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중심이었던 것 또한 분명하다. 고구려와 백제의 격전지였던 관미성으로 추정되는 곳이 파주 오두산성과 함께 교동도 화개산성, 강화도 하음산성이다. 강화는 왕도였고 교동에는 삼도수군통어영이 있었다. 문학산성과 계양산성도 증거다.

백령도에는 우리나라 단 두 그루뿐이던 천연기념물 무궁화나무가 있었다. 비록 고사해 천연기념물에서 지정해제되었지만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볼음도 은행나무는 황해도 연안군 은행나무와 남북평화문화교류를 기다리고 강화의 소사나무와 탱자나무, 서구 신현동 회화나무와 남동구 장수동 은행나무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무들로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최고령의 만국공원 플라타너스를 비롯해 보호수도 100그루가 넘는다.

두무진과 콩돌해변, 옥죽포 사막과 분바위, 소연평도 얼굴바위와 강화와 영종갯벌, 대이작도 풀등과 덕적도 소나무 숲, 굴업도 개머리 풀밭까지, 모두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도시 확장으로 희미한 선형만 남았지만 계양산과 소래산을 품은 한남정맥은 인천시민뿐 아니라 수도권시민들의 허파이며 즐겨찾는 쉼터다. 코로나로 2년째 벚꽃비 날리는 장관을 볼 순 없지만 인천대공원은 장수천, 소래습지생태공원과 함께 수도권의 명소다. 중앙공원도 단절된 구간이 연결되면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황해를 누비는 점박이물범은 대부분 백령도에서 봄_여름_가을을 보낸다. 전세계에서 5000마리가 채 안되는 저어새는 대부분 인천이 고향이다. 소청도에는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있고 송도에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이 있다. GCF, UNESCAP, YSLME 등 국제기구 사무국들도 인천에 있다. 1980년대만 해도 하천오염의 대명사처럼 언급되던 굴포천에 지금은 팔뚝만한 잉어들이 올라온다. 공장에서 흘러나오던 폐수들도 관리가 되면서 해양수질이 많이 좋아졌다. 해양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고, 앞으로 더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많이 좋아진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는 사람이다. 인천사람이다. 환경특별시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환경특별시 인천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말도 있지만 환경특별시는 함께 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모두가 알아야 한다. 어떤 분들이 어떻게 앞서 환경특별시를 실천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즐겁게 웃으며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가야 한다.

환경특별시민은 말만이 아닌 실천하는 분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인천, 살고 싶어 하는 인천을 위해 많은 분들이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인천은 역동적인 도시로 보전과 개발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특별시로 앞서 나아가야 한다. 문제는 해소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좋은 것은 드러내야 한다. 그동안 비판만 많고 자랑에는 인색했다. 이제는 자랑을 하자.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