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월동 중앙공원 2021년.

마치 조화를 심어놓은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만져보기까지 했다. 분명 생화였다. 지난 주말 인천 구월동 중앙공원에서 만난 튤립이었다. 아름다운 꽃들이 공원을 온통 원색의 물결로 가득 채웠다. 족히 수만 송이는 되어 보이는 형형색색의 꽃은 산책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봄으로 가득 채웠다.

튤립은 3월부터 피기 시작해 5월까지 발화한다. 벚꽃이나 개나리처럼 금새 지지 않아 오랜 시간 보고 감상할 수 있는 꽃이다. 흔히 네덜란드가 원산지인지 줄 오해하지만 튤립은 터키에서 태어났다. 이 꽃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때는 16세기 후반이다. 마치 인공적으로 만든 것처럼 색이 예쁘고 이색적인 모양을 가진 튤립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초기에는 많이 생산되지 못했기 때문에 희소가치로 인해 귀족이나 상인들 사이에서 수집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귀족들은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는 치장용으로, 상인들은 신분 상승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그 꽃을 소장했다.

꽃은 점점 가격이 치솟았다. 한때 황소 1000마리를 팔아서 살 수 있는 튤립 구근이 겨우 40개 정도였다. 벼락부자의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꽃은 투기 수단일 뿐이었다. 꽃이 대량생산되면서 그들의 욕망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부족하면 채우게 되고, 차면 다시 넘쳐나는 것이 세상이 이치임을 그들은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튤립'은 무엇일까?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프리미엄 아파트일까? 아니면 급락을 거듭하는 비트코인이나 최고급 외제 자동차일까? 빨간색 튤립의 꽃말은 '나를 믿어줘'이다. 이 시대의 '튤립'들은 결코 불패는 없을 거라며 자신을 믿어달라 외친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좀 더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아야겠다. 기류에 편승하는 것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꽃을 돈으로 바라보는 인생은 너무 불행하다는 것을 역사는 말한다. 화려한 튤립보다 차라리 길가에 핀 채송화와 민들레에 눈길을 줘야겠다.

/김성환 포토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