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744만원이다(2019년 기준). 여기서 평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균은 우리 국민이 가장 흔하게 쓰는 통계학 용어다. 그래서인지 평균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집단의 연봉 논의에서 평균은 의미가 퇴색한다. 기업 회장과 신입사원, 둘의 평균 연봉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둘의 연봉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열을 나타낼 때는 평균이 아닌 중윗(中位)값을 사용한다. 말 그대로 가장 중간에 있는 값이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봉을 일렬로 쭉 세웠을 때의 중윗값은 2808만원이다.

한국프로야구 모든 신인 선수의 연봉은 3000만원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2700만원이었다.

선수 역량에 따른 차이는 계약금을 통해 보상한다. 2021년 신인 중에 가장 많은 계약금을 받은 선수는 키움 히어로즈의 장재영이다. 그의 계약금은 9억원이었다. 하지만 신인 선수 절반의 계약금은 5000만원 이하다. 계약금은 구단과 선수가 합의한다. 연봉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일률적으로 정한다. '수요독점(monopsony)'이라는 다소 생소한 시장구조 때문이다.

수요독점은 판매자(공급자)는 다수이고, 구매자(수요자)가 유일한 시장이다. 흔치 않은 시장 형태이다. 수요독점은 2가지 경우에 발생한다.

첫째, 지역적 특성이다. 어느 지역의 기후와 토양이 담배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담뱃잎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담배의 전매권은 한국담배인삼공사(KT&G)만이 갖고 있다.

마을에서 생산한 담뱃잎은 전량 KT&G가 수매하게 된다. 농민들은 담뱃잎을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없다. 물론 가격 결정 권한도 KT&G가 갖는다. 이때, 수요독점 현상이 발생한다.

둘째, 전문화한 생산요소이다. 생산요소인 노동이 극도로 전문화되어 특정 시장에만 고용이 가능한 경우다. 프로리그 진입을 위해 야구를 해온 선수들과 KBO의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고졸·대졸 예정인 야구선수들은 모두 KBO가 매년 실시하는 신인 드래프트에 자동 참여하게 된다. 그때 KBO는 야구선수들에 대한 수요독점의 지위를 점한다. 그래서 KBO가 일방적으로 신인 선수의 연봉을 정할 수 있다.

2019년 우리나라 대졸 취업률은 67.1%, 야구선수의 프로 취업률은 10.8%였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 임금근로자의 정년이 49.1세라고 밝혔다(2017년).

프로야구 선수는 정해진 은퇴 시기가 없다. 몸 상태를 고려하면 대략 35세 즈음에 은퇴한다. 하지만 부상을 당하면 언제라도 선수 생명은 위험하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더 두려운 것은 은퇴 후의 삶이다.

선수들은 야구 외에 다른 교육 훈련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이직이 쉽지 않다. 낮은 취업률과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 프로야구 신인 선수의 연봉이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들은 FA 대박이라는 희망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4년간 총 125억원의 특급 계약을 체결한 NC의 양의지는 이들의 본보기이다.

'프로야구 선수여! 네 시작은 3000만원이었으나, 네 나중은 FA 대박이리라'(욥기 8장 7절 응용)

/조용준 전 KBO 야구발전위원·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