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의 한 지역주택조합이 당초 사업허가상의 조건들을 이행하지 않아 애꿎은 어린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지역내 초등학교의 교실을 증축하고 급식시설을 현대화한다는 약속이다. 이때문에 이 학교 어린이들은 사용 연한이 한참 지나 녹이 슨 조리기구로 만든 밥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실 증축도 발뺌하니 이 주택조합이 건설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입주가 시작되면 콩나물시루 같은 과밀학급이 우려된다고 한다.

용인시는 2016년 9월 용인언남지역주택조합이 교동초등학교에 6670㎡ 규모의 교실을 증축해 기부채납하고 학교 급식시설을 현대화 하는 조건으로 이 곳에 지어질 용인구성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의 용적률을 200%에서 240%로 늘려주었다. 조합은 학교 증축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어 더 큰 개발 이익을 누리게 됐다. 이에 따라 주택조합은 용인교육지원청, 교동초교 등과 논의해 2018년 11월 세부협약까지 체결했다. 현 교동초 뒤편 옹벽을 헐어 일반교실 7개, 다용도실 1개 등을 신축하기로 했다. 또 급식실 증축과 학교시설 현대화 사업도 협약에 포함됐다.

아파트는 오는 7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학교 관련 공사는 늘 뒷전으로 밀렸다. 용인교육지원청이 2019년 5월부터 6차례나 학교 증축 이행을 촉구했지만 그때마다 일정을 미뤘다. 2019년 7월 착공에서 2020년 4월 착공으로 미루다가 급기야 2020년 7월에는 거꾸로 안전이 우려되니 학교 증축을 재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내놓았다. 옹벽이 설치된 산이 암반으로 이뤄진 돌산이어서 협약대로 공사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주택조합이 약속한 급식실 현대화 사업도 진행되지 않으면서 이 학교는 노후화된 급식기구를 그대로 사용해야 할 지경이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지난해 예산을 들여 조리실 내 모든 기구를 새로 장만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이 학교는 주택조합의 약속에 따라 빠진 것이다.

이야말로 적나라한 '먹튀' 행태 아닌가. 주택조합의 돈벌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내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을 볼모로 한 셈이다. 지나친 개발 이익 탐욕이다. 허가권자인 용인시는 이같은 배임행위를 보고만 있는 것인가.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