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한 '인류 멸망 10가지 시나리오'와 신간 '2050 거주불능 지구'(데이비드 웰즈 저)는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과학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첨단문명 시대에 자연재해가 결국 인류에게 궁극적_치명적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특이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류 멸망 요인으로 간주된 핵전쟁이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 위험보다 오히려 강조되는 측면이 있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인류 멸망 10가지 시나리오' 중 4위는 '기후 재앙의 위협'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는 이에 대해 실증적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파한다. 우선 폭염이다. 1980년 이래 위협적인 폭염 발생 빈도가 50배 이상 증가했다. 1500년부터 지금까지 유럽에서 여름 기온을 경신한 적이 5차례 있었는데 모두 2002년 이후다. 저자는 “너무 빨리 더워지니 예측 따위가 소용없다”고 말한다.

해수면은 탄소배출량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 무렵 1.2~2.4m 상승한다. 탄소배출량을 급격히 줄여도 0.6~1.8m 상승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런 수치를 보고 오히려 안심하는 역효과를 걱정한다. 지구온난화를 강력히 경고해도 고작 몇 m의 해수면 상승이라며 안도하는 것은 제 무덤 파는 꼴이라고 비꼰다. 인도네시아 해안도시 자카르타(인구 1000만명)는 2050년쯤이면 도시 전체가 물속에 잠길 거라고 하면 실감날 것이다.

데이비드 웰즈는 기온이 상승할수록 작물 수확량은 감소하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5도 뜨거워질 경우 곡식 수확량은 50% 줄어든다며 미래의 식량난을 예상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폴 에얼릭' 역시 “지구의 농업 생산성이 이미 자연적인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첨단문명의 풍요로움 뒤에 중세기형 기아가 기다리고 있다면 아이러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가.

하지만 '인류 멸망 10가지 시나리오'와 '2050 거주불능 지구'의 결론은 다르다. 전자는 인류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듯이, 또 다시 지혜를 발휘해 변화에 적응하고 멸망 위기를 넘겨 생존과 번영을 이어갈 것라고 예견한다. 인류 멸망은 시나리오(영화 각본)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듯하다.

그러나 후자는 “설령 인간이 변화하는 상황에 애쓴다 하더라도 적응 속도가 너무 느리다”면서 “불과 10∼20년 이후도 명확히 내다보지 못한 채 계속 똑같은 집에 살면서 똑같이 행동하며 똑같은 TV쇼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비꼬면서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조명했다.

굳이 어느 쪽이 신빙성 있느냐고 묻는다면 후자다.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은 생전에 “100년 이내에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전에 지구를 떠나라”고 말했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