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을 중심으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 설치 건의
지역정가 소극적 움직임 속 악영향 우려
인천지방법원. /인천일보DB
인천지방법원. /인천일보DB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이 인천고등법원 유치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며 꾸물거리는 사이 사법부에 '의정부고등법원을 설치해 달라'는 건의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이 고등법원 설치를 두고 타 지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의정부 정치권의 고등법원 유치 활동을 적극 돕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인천고법 설치 현안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민철(경기 의정부을) 의원은 이달 1일 국회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정부고등법원과 가정법원 설치를 건의했다. 같은 당인 윤 법사위원장 지역구는 경기 구리다. 이들 의원은 의정부지법 송산동 이전이 계획된 만큼 법원 이전에 맞춰 고등법원과 가정법원을 설치해 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경기 북부지역은 1995년 이후 연평균 인구 성장률이 전국 1위인 데다 신도시 33만 가구 건설도 예정됐다”며 “급격한 인구 증가와 이에 따른 사법 수요 증가를 고려해 별도의 고등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설치는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첫 번째로 고려하는 만큼 고등법원 설치를 정책적으로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기 남부지역에는 수원고법이 들어서 있다. 경기 북부 정치권은 의정부에 고등법원이 생기면 북부권 주민들의 사법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의정부고법 유치 활동이 인천고법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인천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사법기구를 감독하는 법사위원장이 적극 나서서 의정부고법을 유치하려는 모습은 인천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정치권과 법조계의 인천고법 유치 활동은 지난해 7월6일 국회에서 열린 '인천고법 설치를 위한 토론회' 이후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그동안 사법부에 인천고법 설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정치인은 아무도 없었을뿐더러, 인천시가 주도했던 여론 조성 작업 역시 실패로 끝났다.

이에 시와 정치권이 인천고법 유치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종린 전 인천변호사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사법부를 상대로 의정부고법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면 인천고법 설치 현안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지역 정치권은 시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인천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합심해 인천고법을 유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광역시 가운데 고등법원이 없는 곳은 인천과 울산뿐이다. 이 탓에 인천·부천·김포에 거주하는 시민 430만명은 항소심 재판을 받으러 서울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