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결의대회. /인천일보DB
[자료사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결의대회. /인천일보DB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불리는 노동 시장 양극화와 맞물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통령 1호 공약으로 천명했다. 파급은 컸다. 비정규직 철폐 구호가 전국을 감쌌다. 4년이 지난 오늘, 공공 기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말 사라졌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 인천일보는 현 정권 마지막 한 해를 남기고 언론을 통해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천 지자체들와 산하 공기관 등 40곳의 정규직화 정책 진행 상황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물을 다섯 차례 걸쳐 보도한다.

“항상 같은 일을 하는데 1년, 2년에 한번씩 사용자가 바뀌고 그때마다 고용위기에 시달려야 합니다. 산재 신청을 하면 해고가 돼서 산재 신청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용역 낙찰률에 따라 임금이 200만원이 됐다가 190만원이 되는 등 임금이 하락되는 이런 입장에서….”

인천 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직종을 결정하기 위해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노동자 대표로 참여한 한 위원의 발언이다. 오늘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가장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노동 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1호 공약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임금 평등을 공공 부문부터 시행해 민간 영역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였다.

현 대통령 임기 약 1년 남은 2021년 4월 현재, 인천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인천 지역 내 국립대학과 교육청, 광역·기초자치단체 및 산하 기관 등 총 40곳의 정규직화 현황을 전수조사 한 결과 정규직 전환 노동자는 소수에 그쳤다.

가장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2017년 7월 기준 기간제 노동자 4729명 중 정규직 전환된 노동자는 20명에 그쳤다. 정규직 전환이 비교적 많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인천시 역시 기간제 노동자 457명 중 97명만 정규직이 됐다.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모든 기초지자체가 기간제 노동자를 적게는 120명에서 많게는 300명 넘게 고용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상시지속 업무를 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별 10명 안팎 정도 노동자들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 첫걸음조차 떼지 않은 지자체도 있고, 그간 미루고 미루다 고용노동부 현장 점검 이후 부랴부랴 구색 맞추기로 소수 인원만 전환한 지자체도 있었다.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은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이었던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정책이다. 총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기간제 노동자, 2단계는 파견·용역 노동자, 3단계는 민간위탁 노동자가 정규직화 대상이다.

강동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 본부장은 “기초지자체의 경우 단체장들의 의지 부족과 예산 한계라는 두 가지 문제가 맞물려 전반적으로 전환 실적이 저조한 것 같다”며 “특히 지난해는 예산이 코로나 쪽으로 집중돼 정규직 문제는 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돌봄 노동과 같은 대면 공공 서비스는 상시지속 업무임에도 여전히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인천 군·구 중 꼴찌 남동구, 전환계획 '감감무소식’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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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인천 군·구 중 꼴찌 남동구, 전환계획 '감감무소식' 인천 남동구는 지역 내 10개 기초지자체 중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유일한 지자체로 나타났다.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10개 지자체 정규직 전환 현황을 보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남동구 소속 노동자는 0명이다.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전환계획'을 세우고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꾸려 위원회에서 정규직 전환 직종·인원·처우 등을 결정해야 한다.하지만 남동구는 비정규직 실태조사만 했을 뿐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기간제 판치는 인천시교육청 “교육기관 책임의식 없어” 기간제 노동자 4729명, 파견·용역 노동자 1319명, 총합 6048명.인천시교육청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다. 교육기관인 학교와 교육청은 이처럼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을 주춧돌로 굴러간다.2010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온 영어회화전문강사 A씨. 그는 한 학교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여전히 '기간제 선생님'이란 꼬리표를 달고 산다. 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린다. 계약직 노동자다 보니 일정 기준의 평가를 거쳐 매년 학교장과 재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4. 노동자 고용보장으로 포장된…묘수 같은 꼼수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기관마다 전환 직종과 방식 등이 다 다르게 진행됐다. 그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노동을 바라보는 공공 기관들의 시선과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기획 4편에서는 인천교통공사와 인천 서구시설관리공단의 정규직화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교통공사는 유일하게 '자회사'라는 전환 방식을 택했고, 서구시설관리공단은 '장애인' 노동자를 정규직화 했다.1999년부터 인천 시민들 발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도시철도. 철도를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는 2013년 전국 지방공기업 중 처음으로 비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장애인 '이용자' 아닌 '노동자'로 인정받다 인천 서구 검단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서구구립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일정한 규격의 매끈한 종량제 봉투를 생산하기 위해 원료배합기와 압출성형기, 인쇄기가 쉴 새 없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설에서 일하는 수십여명 장애인들은 공정마다 분산 배치돼 각자 일에 여념이 없다.다른 직업재활시설과 딱히 달라 보이지 않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시설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작업자들 중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정규직) 근로계약을 시설과 체결한 장애인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인천 유일 사례인천일보가 정보공개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용역업체 '갑질' 질려 직접고용 눈앞인데 퇴사하기도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분들은 그간 온갖 차별과 억울한 일 다 당하고도 견디며 지내셨습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은 아직도 고정적으로 쉴 곳이 없어 학생들 수업이 없는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고 계십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교육기관,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현실이다. 인천글로벌캠퍼스 운영재단은 인천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이다. 김덕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글로벌캠퍼스 운영재단지회장은 “용역 업체들은 계약 해지라는 무기를 이용해 그간 온갖 갑질을 일삼아 왔다”며 용역 노동자들의 고충을 알렸다. ▲용역 노동자들, 정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논의 테이블조차 오르지 못한 '파견·용역직'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 대상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 2단계는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 3단계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 인천 공공기관들은 1단계부터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화 전환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였다. 기획 3편에서는 간접고용으로 불리는 파견·용역 노동의 실태와 함께 2단계 정규직 전환 실태를 짚어본다.지난해 1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돌연 골프장 입구에 천막을 치고 장기 투쟁에 들어갔다. 골프장 미화·식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숫자에만 매달린 전환…미래는 없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취지와 달리 노동시장 양극화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느 기관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인정된 반면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인정 받지 못한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 기획 2편에서는 이 같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모순과 함께, 이 같은 모순 상황을 초래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구성과 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본다.2018년 3월6일, 인천 강화군은 보도자료를 하나 낸다.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 140여명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기관 '거수기' 전락 정규직 전환심의위 무용론 공공 부문 정규직화 대상·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해 기관마다 꾸렸던 심의·의결기구인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부 위원을 절반 이상 두라는 정부 지침도 어겨 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물론, 위원회를 아예 열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사례도 드러났다. ▲중구, 정규직 전환심의위 왜 만들었나인천 중구는 2017년 10월 내부 위원(중구 공무원) 3명과 외부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꾸렸지만 이후 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그런데 중구는 2019년 2월과 202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정부 지침 해석 '들쑥날쑥' 같은 일 하는데 다른 신분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각 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기준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거나,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동일 노동, 차별 고용하는 공공기관들인천 계양구는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3개 직종에서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 각 한 명씩 총 3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임상병리사 1명 ▲통합사례관리사 1명 ▲간호사 1명이 그들이다.정규직 전환 심의 당시 '통합사례관리사'는 4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