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지 역할과 함께 소비·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달 30일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단 산업문화공간 대개조 사업’ 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1985년부터 조성된 남동국가산업단지는 30년 넘게 인천, 나아가 대한민국 경제를 뒷받침했다. 남동산단 입주기업은 지난해 기준 6798개 업체에 이른다. 연간 생산 규모는 8조6552억원, 수출 실적은 15억 달러를 돌파했다.

높은 생산성으로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남동산단은 '스마트산단'으로 재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 경제 여건의 변화, 시설 노후화,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맞물렸다. 인천시는 지역 특성을 살려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 '산단 산업문화공간 대개조 사업'으로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자연과 산업, 공원과 공장, 문화와 경제, 그리고 시민이 어우러진 인천만의 산업문화공간으로 남동산단을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

남동국가산업단지는 인천이 대표적 산업도시로 성장하는 데 밑바탕 구실을 했다. 수도권 산업 재배치를 목적으로 1980년대 조성된 이후 제조업 중심지로 떠올랐지만, 급격한 산업 환경의 변화는 그늘도 드리웠다. 시설 노후화와 기반시설 부족, 입주업체의 영세화로 인한 고용의 질 악화 등으로 문제를 안은 것이다.

이런 현실적 한계에 대한 인식은 남동산단이 재도약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업종 고도화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 첨단기술 육성을 통한 '스마트산단', 그리고 '산업문화공간 대개조'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남동산단경영자협의회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열린 '산업단지 산업문화공간 대개조를 통한 산업단지 활성화' 간담회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남동산단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할 위치에 와 있다”며 “일하기 좋은 환경을 새롭게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산업문화공간 대개조는 바로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낮에는 비즈니스, 밤에는 산업문화공간

인천시는 최근 '산업단지 산업문화공간 대개조를 통한 산업단지 활성화 실행전략 수립'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산업문화공간 대개조는 산단의 특성을 살려 시민참여형 문화예술 소비 공간과 상업 공간으로의 대전환을 이루는 방향성을 지닌다. 이를 통해 노후 산단의 부정적 이미지와 젊은 인력의 노동여건도 동시에 개선하려는 것이다.

남동산단은 지리적으로 대규모 주거 공간과 인접해 있다. 시민 개방과 참여가 가능한 공간으로의 대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산단의 유휴 공간이나 '아름다운 공장'으로 선정된 시설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산단에 대한 이미지 개선은 지역 주민들과의 공유 가치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남동산단의 산업문화공간 대개조 사업은 산업 변화에 대응하면서 산단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낮에는 비즈니스 공간, 밤에는 산업문화공간으로'라는 비전을 목표로 추진된다. 시 산업진흥과 관계자는 “혁신 역량을 높이는 데 기술, 지식, 아이디어의 접목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사람 중심의 산업정책 모델이 고려돼야 하며, 향유 가치가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달 30일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단 산업문화공간 대개조 사업’ 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브랜드·문화·생태 체험 공간 조성

산업문화공간 대개조는 크게 3개 축으로 구상되고 있다. 우선 '브랜드 문화체험 공간'이다. 이는 뷰티 미용과 소비재 제품 기업들이 위치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화장품을 예로 들면 제작 과정과 직업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 자연스럽게 제품 소비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복합 문화체험 공간'은 지하철역과 가까워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전략이 구체화하고 있다. 남동산단의 중심에 해당되는 구역이다. 이곳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들로 채워진다.

유수지를 끼고 있는 남쪽 구역은 '생태 문화체험 공간'으로 구상되고 있다. 이번 중간보고회에선 생태문화 활동이 가능한 특성을 살리면서 금속제조공장을 전시·협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시는 승기근린공원과 인력개발원·상공회의소·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 부지를 활용한 복합 문화예술 공간 조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남동 제1유수지 주변 생태탐방로, 제2유수지 산업역사박물관 등의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문화공간 대개조가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 환경 개선을 통한 산업단지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산단 진흥으로 이어질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균형발전과 도시재생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산업문화공간 대개조는 올 하반기 시범사업에 착수된다.

박남춘 시장은 “경쟁력 약화, 청년층 취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산단에 문화예술 체험 공간, 협업 공간, 생태탐방로 등 매력적인 장소를 만들어 인식을 전환시키겠다”며 “산업단지가 단순히 생산기지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시민이 소비와 여가, 문화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동산단 저탄소·친환경 '스마트그린산단' 구축…소부장·바이오헬스 거점

 

인천시가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저탄소·친환경 전략을 중심으로 '그린뉴딜'을 접목하는 '스마트그린산단' 구축에 나서고 있다.

남동산단은 지난해 정부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10대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스마트그린산단' 대상지로 선정됐다. 정부는 남동산단을 포함한 전국 7곳에 대한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스마트그린산단을 구축하기로 했다.

스마트그린산단은 '스마트산단'과 그린·디지털뉴딜이 융합된 개념이다. 제조 혁신과 환경 개선, 신산업 육성 등을 뼈대로 하는 스마트산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 공간으로 전환하는 미래형 혁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그린산단 추진 전략은 '산업', '공간', '사람'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우선 산업 측면에선 산단을 디지털화해 첨단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 공간은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의 융합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공간으로 전환하고, 사람 측면에선 청년이 희망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런 계획에 발맞춰 시는 남동스마트산단을 소재·부품·장비와 바이오헬스 신산업 전진기지로 삼으면서 '도심 속 클린산단'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조 공정의 디지털 전환, 융복합신산업 창출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 청정·친환경 산단으로의 전환 계획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 산업진흥과 관계자는 “스마트산업 통합관제센터, 스마트 에너지 플랫폼 등의 사업을 시행해 남동산단을 친환경 첨단산업 거점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