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따뜻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나는 밥을 먹고, 불을 피우고, 눈을 뜨게 된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북소리, 거기에 끌려 여기에 온 것 같다

죽은 사람이 나를 보고 수인사하지만 나는 그를 모르고

그도 나를 모르겠지 이곳의 상냥함이

계속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너는 내 몸이 아니구나, 아니구나 내 몸이구나

나는 오늘도 밥상머리에서 떠올린다

이듬해 구름이 미리 흐른다

 

밥을 먹으면 그것을 치우고, 잠에서 깨어나면 자리를 치운다

이곳에서는 나도 살아 있는 것 같다

살아서, 무엇이라도 먹어 치울 수 있을 것 같다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니까, 나는 밥을 먹게 되고, 불을

피우게 되고, 눈을 감게 된다

 

죽은 사람과 밥 한 그릇도 나눠 먹어야지

이곳은 빛이 꺾여 들어오는 방이다

비가연성의 캄캄함이 겨울에도 내려온다

 

*우리들의 공간은 사람들의 공간이다. 이 말은 무슨 말인가? 사람의 공간이란 것은 사람이 우선되고 중심이 된다는 말과 일치한다. 다시 말하면 이때 사람이란 말 속에는 나 중심이고 욕망과 관련된 의식이고 이 의식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 된다는 말이다. 이 시 '목조건물'은 바로 이러한 의식, 욕망이 지배하는 세계를 비판한다.

우리가 지향해 가야 하는 세계를, 몸을 이해하고 바로 알 때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몸을 중심에 놓고 너/나라는 이항대립적 관계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세계가 너/나, 혹은 몸/대상으로 돋은 몰아(沒我)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봄이 오고 온 천지가 만화방창이다. 이 봄날 꽃길을 걸어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주병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