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 꽃게. /인천일보 DB
서해 5도 꽃게. /인천일보 DB

꽃게가 돌아왔다. 가을 조업(9∼11월) 이후 봄 어기(4∼6월)를 기다려온 어민들의 마음이 설렌다. 4개월간 금어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꽃게철을 맞아 분주한 날을 보낸다. 봄 꽃게잡이에 쓸 어망 손질을 하느라 바빴던 이들은 살랑대는 봄바람에 만선을 기대하며 닻을 올린다. 봄엔 알이 꽉 찬 암꽃게를 잡는다. 가을 수꽃게는 주로 삶아서 요리해 내놓지만, 암꽃게 조리법은 다양하다. 그 중 간장게장이 대표적이다. '밥 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알과 함께 먹는 맛이 그만이다.

'꽃게' 하면 옹진군 연평도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만큼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꽃게 어획량을 자랑한다. 연평어장은 해마다 인천 전체 꽃게 어획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서해 어장마다 봄 꽃게를 잡아 올려 어민 생활에 보탬을 주지만, 연평도에선 특히 이맘때 주수입원인 꽃게잡이를 아주 큰 '행사'로 친다. 꽃게 조업에 따라 어민들의 심정도 요동친다. 꽃게잡이가 풍성하면 활짝 웃고, 시원치 않으면, 수심으로 가득하다. 지난 몇년 동안은 꽃게 생산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을 시름에 잠기게 했다.

사실 '연평도 꽃게'는 의외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연평도는 조기로 유명했다. '조기 파시(波市·바다 위 시장)'가 들어설 만큼 흔하디 흔한 어종이었다. 봄철이면 조기잡이 배가 연평도에 가득했다. 조기 파시를 이루면 연평도 뒷골목은 술집·여인숙·다방·식당 등으로 흥청댔다. 어망에 더러 꽃게가 걸려 나와도 그 땐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물을 훼손하고 떼어내기 힘들어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그러다가 조기 씨가 마르면서 연평 파시는 옛말로 치부됐고, 이후 서서히 꽃게 어장을 형성해 오늘에 이른다.

어민들의 만선 기대에 부응하듯, 인천 해역의 올해 봄철 꽃게 생산량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연구소 예측치다. 지난해 727t보다 훨씬 늘어난 1100∼1300t에 달한다. 인천 해역 봄 꽃게 어획량은 2018년 1203t에서 2019년 702t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예측이 맞아떨어지고, 연평도 어장에 대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잘 막아 어민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꽃게조업이 재개되면 불법 중국어선이 늘어 골치다. 우리 해역에서 어민들이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도록 당국에선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그런가 하면 꽃게철을 앞두고 서해를 겨냥한 북한 움직임도 걱정이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 긴장이 고조되자, 서해5도 안전조업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을 인천시에 발송한 상태다. 올 봄 연평어장에서 꽃게 조업 허가를 받은 어선은 49척에 이른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북측 무력시위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어선에 대한 안전 관리가 긴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긴 해도 어민들은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평화롭게 그물을 내릴 날을 고대한다. 이런 어민들의 희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