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초대석]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금요초대석]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 최남춘
  • 승인 2021.03.25 20:41
  • 수정 2021.03.25 20:34
  • 2021.03.26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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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부, 공평한 삶을 생각하다

▲부의 축적 수단이 된 투기
부동산 값 잡히지 않는 건 투기수익 큰 이유
정부 '공급' 장기 사업임에도 매번 같은 처방
결국 보상금은 투기자본으로 … 불평등 가속화

▲기본소득, 새로운 해법이 될 수도
땅 가진 이에게 세금 … 전국민에 주는 토지세
부동산 구매 정체돼 매물 늘고 가격 안정화
토지의 주인, 모든 국민이란 개념 실현 가능

▲이제 공론이 필요한 때
포퓰리즘이란 규정 … 특성 반쪽만 이해한 것
'모두'란 전제하에 '목적'까지 더한다면
스위스 '탄소세'처럼 순기능 동시에 나타날 것
▲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불평등 해소를 꼽은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가 무너져 내릴 지경에 와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불평등은 끊이지 않는 사회적 화두다. 저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사회는 더 각박해졌다.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그동안 유지해온 사회 시스템은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래서 다들 새로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기본소득이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기본소득 논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회에선 여야 의원 30여명이 참여하는 기본소득 연구포럼이 출범했고, 4·7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이끌며 기본소득 담론을 설파해온 진보 지식인이다. “기본소득이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외적으로는 코로나19가 있고, 내적으로는 그동안 쌓여온 불평등이 있어요. 즉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과제(불평등)가 표면화하고, 그런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본소득이 적합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또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시작으로 정부가 준 재난지원금 등의 경제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시민이 기본소득을 거부감없이 받아들였어요.”

 

▲우리 사회 최우선 과제, 불평등 해소

그는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불평등 해소를 꼽았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가 무너져 내릴 지경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이 심한 나라에요.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 구직 활동 중인 사람들을 '불안정 노동자'라는 범주로 묶으면 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입니다. 소득뿐 아니라 자산의 격차도 엄청나죠. 반면 복지는 충분하지 않아요. 현재 시민들은 이런 불평등한 상황에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불안정 노동자가 많은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에요.”

특히 부동산에 따른 자산 격차 문제는 더는 방치하면 안 되는 위험수위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해적질로 가장 많은 돈을 번다고 한다면 그 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해적이 돼요. 부 축적의 주요 수단이 부동산 투기라면 역시 인재들은 투기꾼이 될 거에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그런 나라들은 쇠퇴의 길을 걸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장 고약한 방식인 부동산 격차로 드러났는데 부동산 투기를 지금처럼 내버려두면 나라가 망할 것입니다.”

정부가 수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부동산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가 부동산 투기 수익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봤다. 정치권과 공직사회를 덮친 '땅 투기 사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의 근본원인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않아요. 매번 공급정책만 추진합니다. 공급은 장기적인 대책이에요. 공급을 늘리면 5년쯤 보상금이 풀리고, 그러면 투기 자본이 생기고, 또 다른 곳에서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거죠. 공공주택이 투기를 일으킨 셈이에요.”

 

▲공유부를 구성원으로 나누는 기본소득

이를 막기 위해서 제안한 게 '기본소득형 토지세(토지보유세)'와 '탄소세' 등이다. 기본소득의 정신 때문이다. 세상에는 '공동의 부'(공유부)가 있고, 공유부에서 나온 수익은 일부라도 구성원들과 나누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공유부의 대표적인 예가 토지와 공기다. “우리가 공평하게 나눠야 할 '모두의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어요. 그런데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가 없이 이야기하고 있어 자꾸 어긋나고, 실행을 못 하는 거에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토지세와 탄소세를 합쳐도 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는 돈은 1명당 월 1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부동산 투기 억제와 온실가스 감축 등 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당장 도입돼야 해요. 지급액의 규모를 따질 일이 아니죠.”

그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을 통한 사회적·생태적 패러다임의 전환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토지보유세는 땅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자산가치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고, 걷힌 세금 전액을 (땅이 한 평도 없는 사람을 포함해) 전 국민에게 똑같이 기본소득(토지배당)으로 나눠 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80% 이상의 국민은 내는 것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기 때문에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토지보유세는 부동산 구매를 선택하면서 주요한 요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토지보유세를 고려한 탓에 일정 정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어요. 또 다주택자일수록 토지보유세 부담이 커지므로 부동산 보유 대신 매물로 내놓게 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있죠. 부동산 보유가 꼭 필요한 이들만 토지를 소유하는 풍토를 만들며 재벌들이 토지투기에 뛰어드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본소득과 연계한 토지보유세는 토지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토지의 실질적 주인으로서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정부도 그걸 알고 있지만, 표 떨어질까 봐 못 올립니다.”

탄소세는 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세금을 물린 뒤 전액을 기본소득(탄소배당)으로 모든 국민에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에서 출발했다. 스위스는 2008년부터 탄소세를 도입해 국민에게 탄소배당을 하고 있다. 10년 새 세율을 8배나 올렸지만 전 국민 배당을 통해 조세 저항을 완화할 수 있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빨리 전환할수록 경제적으로도 이익이에요. 전 세계의 탄소 규제 움직임에 한발 앞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스위스는 탄소세를 도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탄소세는 이를 거둬 국민에게 똑같이 배당하겠다는 약속이 없을 경우 저항이 심해 도입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기본소득으로 나누자는 겁니다. 탄소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소득 불평등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이에요.”

 

▲기본소득 포퓰리즘? … 반쪽만 이해

강 이사장은 기본소득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데 반대했다. 기본소득이 가진 특성을 반쪽만 이해한 탓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의 작동원리는 재원을 '걷는 것'과 '주는 것'이 동시에 이뤄진다. 여기에는 '모두'가 전제로 깔려야 한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는 재원을 걷는 것과 주는 것을 서로 구분해 한쪽만 강조해요. 어느 한쪽은 지급 금액이 적다며, 또 다른 한쪽은 재원 마련 대책이 뭐냐며 서로 반대합니다. 전제 조건이 다르니 결론도 다른 거죠. 모두에게 걷고 모두에게 나눠준다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기본소득을 제대로 알면 목적세를 통한 기본소득에 찬성할 것이라고 확신해요. 지난해 경기도 도민 공론화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줬죠. '기본소득을 위한 추가 세금 부과'에 대해 1차 조사에선 34%만이 찬성했으나, 숙의 토론 과정을 거친 뒤 이뤄진 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67%로 높아졌어요. 21대 국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공론을 모았으면 좋겠어요. 이후 국민투표에 부쳐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전 세계적인 모범 민주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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