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전쟁 직후 사고
유실지뢰 제거 않은 채
민간인 입주 원인 꼽혀

극심한 휴유증에 '빈곤'
우울·알코올중독 겪어

이재명 보상체계 구축
보상금 겨우 2000만원
불발탄, 그마저도 없어

특별법 개정안 통과 땐
현실정 맞는 지원 기대
▲ 두 다리를 잃은 지뢰피해자가 휠체어에 앉아있다. /사진제공=평화나눔회

한국전쟁 이후, 70여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터져 나온 지뢰, 오늘날 국민은 또 다른 전쟁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지뢰 문제는 국가 안보를 지켜주는 좋은 무기에서 민간인을 무차별하게 살상하는 무기로 전락했고 남북평화구축에 제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터질지 모를 '불행의 씨앗'을 지우는 일,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

▲ 지뢰 M14로 일명 '발목 지뢰'. /사진제공=평화나눔회
▲ 지뢰 M14로 일명 '발목 지뢰'. /사진제공=평화나눔회

#끝나지 않은 전쟁

국내 매설된 지뢰는 가장 많은 지뢰가 묻혀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DMZ 지역의 52만발을 포함, 남한 지역에만 약 127만(녹색연합 2018년/합동참모본부 2016년)발로 추산되고 있다. 한반도 전역을 모두 합치면 200만발이 훌쩍 넘는 지뢰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어디까지나 '추정치'라는데 있다. 어디에 얼마큼 매설돼 있는지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군은 1990년대부터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기록이 정확하지 않은 데다 연평균 약 4억4000만원의 예산이 든다.

국방부는 지뢰 제거에만 489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해마다 끊이지 않고 피해 사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KBS 춘천과 평화나눔회가 전국 지뢰 피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전국 지뢰 피해자는 모두 968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불발탄으로 인한 사망, 부상, 미상자 1916명이 더해지면 전체 2884명이 지뢰·불발탄에 의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720명의 해당하는 59.6%의 피해자가 경기·인천 지역에서 나타났다.

이에 경기도는 지뢰 피해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지난 2019년 8월부터 평화나눔회와 함께 '지뢰 주민피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여기에는 지뢰뿐 아니라 불발탄 피해자 조사도 포함됐다.

그 결과 경기도에만 637명의 지뢰, 불발탄 피해자를 찾을 수 있었고 이 중 291명(46%)이 지뢰, 346명(54%)이 불발탄 피해자로 밝혀졌다.

▲ 아직 제거하지 못한 지뢰 M16. /사진제공=평화나눔회
▲ 아직 제거하지 못한 지뢰 M16. /사진제공=평화나눔회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은 연천과 파주를 비롯해 포천, 양주, 양평, 김포, 구리, 남양주, 동두천 등 경기 북부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과반수에 해당하는 약 52%의 피해자가 모두 10대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개 피해자들은 전쟁 직후인 60년대에 사고를 입었고 논밭이나 강가, 주거지 등에 떠내려온 유실지뢰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관할 군에서 지뢰나 불발탄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인들이 입주하게 된 것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로 인한 극심한 사고 후유증도 뒤따르고 있다. 우울증, 불면증, 대인기피증, 불안정서, 알코올중독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생존자들은 신체적 장애와 더불어 경제적 곤란, 정신적 장애까지 겪으면서 이웃과 친구뿐 아니라 가까운 가족들로부터도 심한 냉대와 멸시를 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 지뢰피해자가 잃어버린 두 손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평화나눔회
▲ 지뢰피해자가 잃어버린 두 손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평화나눔회

#인생과 맞바꾼 2000만원

지난 2019년 9월24일(미국 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제74차 유엔 총회의에서 한반도 지뢰 제거를 통해 DMZ를 '국제적인 평화의 지대'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DMZ 인근 지역의 지뢰 제거를 공약하고 피해자들의 보상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주어진 보상은 여전히 2000만원에 머물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2015년 4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함에 따라 최대 2000만원 이하의 위로금을 보상했지만 6-70년대 당시 임금 기준으로 책정된 탓에 실질적 보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뢰피해자들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불발탄 피해자들은 지뢰가 아닌 불발탄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최근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불발탄 피해자들도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부천을)이 지난 1월26일 민간인 지뢰피해자 지원을 현실화하고 불발탄 피해자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개정안 발의는 현재 정부가 유엔 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에 가입하면서 지뢰뿐 아니라 불발탄 피해자들까지 보상책을 강구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 실정에 맞는 보상 지원과 불발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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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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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국 평화나눔회 이사장 인터뷰] “경험의존 지뢰제거 끝, 70년만에 매뉴얼 들여와” 2015년 4월, 지뢰피해자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꼬박 5년 만인 지난해, 단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지뢰피해자들의 보상 지원 확대와 불발탄 피해자들의 보상 지원 조항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피해자들에겐 실낱같은 희망이 안겨졌다.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어 준 지뢰피해자들과 조력자들의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평화나눔회 조재국 이사장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피해자들은 조재국 이사장을 두고 종종 '지뢰피해자들의 아버지'로 부른다고 했다. 도움을 받은 지뢰피해자들이 감사와 존경의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