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존재에게는 이름이 있다. 인간은 이름이라는 형식을 통해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존재를 인식체계 속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이름은 존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다른 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우리가 호명한 대상자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그 정체성을 받아들였음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의미 때문에 망자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추모의 의미를 담는다. 망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앞으로도 쭉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다.

3월 넷째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이다. 이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등 북한의 도발로부터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55인의 호국영웅을 추모하는 날이다.

국가보훈처는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하고 다양한 선양 콘텐츠를 운영한다. 또한 서해수호 55용사의 유족들에게 '국가유공자의 집' 명패를 달아드리고, 위문품을 전달하는 등 유족을 위한 사업들도 펼친다. 이런 공훈에 보답하는 일들을 일컬어 '보훈'이라고 한다.

현재 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 보훈은 큰 의미를 갖는다. 보훈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정신을 받들고 그에 합당한 예우와 지원을 시행함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한다. 보훈은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보훈은 이렇게 대규모의 보상과 행사 개최와 같은 거창하고 어려운 영역만의 일은 아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일, 이 모두가 훌륭한 보훈의 실천이다. 보훈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다.

망자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추모의 의미를 담는다고 했다.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서해수호 55용사의 이름을 한번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온라인에서는 서해수호 영웅을 추모하기 위한 롤 콜(Roll Call) 이벤트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최되고 있다.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기념식을 시청하며 55용사의 이름을 식순에 맞춰 함께 불러보거나, SNS 계정에 추모의 의미를 담아 55용사의 이름을 게시하거나, 이 모든 것들이 의미 있는 보훈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여섯 번째 서해수호의 날을 맞았다. 각자의 일상에서 서해수호 55용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쉬운 보훈부터 실천하고 계속 그 뜻을 키워 나간다면, 우리는 현재 위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맞닥뜨릴 어떤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최재호 경기동부보훈지청 보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