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으로서 '아버지'를 보려한 적 있나요
▲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창비, 424쪽, 1만4000원

“우리에게 익숙한 듯한 이 허름한 아버지는 처음 보는 아버지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먼지 한 톨로 사라질 이 익명의 아버지에게 가장 가까이 가서 이제라도 그가 혼잣말로 웅얼거리는 소리까지 모두 알아듣고자 했습니다.”

신경숙 작가가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통해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아버지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렸다. 그는 “우리가 아버지를 개별자로 생각하는 일에 인색해서 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아버지에게 갔었어>의 아버지는 우리에게 낯설다.

치료를 위해 서울로 떠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려 아버지가 계신 고향을 찾아간 딸. 딸은 자식을 잃고 한동안 부모님이 계신 본가를 찾지 않았던 터였지만, 어쩌다 고향으로 돌아와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병증을 보이는 아버지, 다른 사람과 주고받은 편지 속 아버지, 다른 가족들이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인간적이다. 소설은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일제강점, 한국전쟁, 군부독재를 거쳐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역사 속의 아버지를 그려내는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를 그린다.

작가는 “아버지조차 단독자로 보는 눈을 갖지 못하고 '아버지'라는 틀에 묶어 생각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그의 심장에 쏘아 버렸을지 모를 화살을 뽑아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가족. 책은 생판 남처럼 그 속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이 먼저 차오르는 가족에 대한 마음을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

/박서희 인턴기자 joy@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