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스쿨존에 트럭이 다니게 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트럭에 치여 숨진 아이는 제 동생의 친구”라며 “스쿨존에 화물차가 다니지 않도록 제발 한 번씩 동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8일 인천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A(11)양이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지점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A양을 지켜주진 못했다.

사고 다음 날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A양을 추모하는 공간을 학교 앞에 마련했다. 취재를 위해 찾은 추모 장소에선 백합꽃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쓰인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백합꽃은 순박했던 A양을 떠올리게 했다. 팻말에선 A양을 잃은 친구의 슬픔이 물씬 느껴졌다. A양의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국화꽃과 과자 등을 놓았다. 시민들의 추모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추모공간 바로 옆 도로에선 여전히 수많은 화물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다녔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여기저기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된 옐로카펫은 덩치 큰 화물차에 앞에 유명무실했다.

취재하면서 만난 학부모들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화물차가 지나다니는 통학로에서 이런 일이 언젠가 한 번쯤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언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학부모들은 수년 동안 지속해서 지자체에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를 막을 순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미안함을 느낀다는 게 학부모들의 얘기다.

사고 후 경찰과 지자체 등 유관기관은 해당 스쿨존에 교통안전시설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스쿨존 사고는 잊히고 또다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학부모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화물차가 우회해서 다녔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역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자녀, 조카 등 어린이들이 사고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아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