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 모델" VS "교육환경 저하" 팽팽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지원청이 미사지구에 추진하는 통합지원학교(이하 통합학교)가 뜨거운 감자다. 미사지구 학부모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해 운영하면 양질의 교육환경 조성이 어렵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청은 일부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학교 폭력, 교육 환경 면에서 통합학교가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청은 과대·과밀학급 해소의 대안으로 하남 미사지구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통합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교육에 필요한 학교 시설뿐 아니라 학부모와 시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학교와 연계해 설계하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미사지구 통합학교 추진 배경과 향후 추진 과정 등에 살펴봤다.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지원청, 하남시청소년수련관, 하남도시공사가 협업해 추진한 ‘하남형 미래학교 꿈트리’ 프로젝트 발표회와 졸업식이 지난 1월29일 열린 가운데 김상호 하남시장이 꿈트리 참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하남시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지원청, 하남시청소년수련관, 하남도시공사가 협업해 추진한 ‘하남형 미래학교 꿈트리’ 프로젝트 발표회와 졸업식이 지난 1월29일 열린 가운데 김상호 하남시장이 꿈트리 참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하남시

#미사지구 초중학교 단설학급 설립기준 미달

경기도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미사지구에는 초교 7곳, 중학교 4곳이 있으며, 2019년과 2020년 말 이들 초교의 학생 수를 비교해 보면 3개 교는 학급당 0.7 ~1.6명이 늘고, 3개 교는 0.2∼0.6명이 줄었다. 중학교는 0.2~1.5명이 증가했다. 하남망월초의 경우 지난해 학급수와 학생 수가 각각 58학급, 1737명에 달하며 60학급 초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실제로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청, LH 하남사업본부가 미사지구 학교 과밀 예측을 위한 용역조사를 한 결과 초교의 경우 2023년에, 중학교는 2028년에 최대 과대·과밀화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초교 2개 교 , 중학교 1개 교 추가 신설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의 학교 설립 승인은 30학급 이상의 학생 수를 필요로 하고 있어 현재의 미사지구 초·중학교 학생 수 예측으로는 단설학교 설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신설을 통한 학생 분산 배치가 불가해짐에 따라 2019년 10~12월 미사지구 내 초교 7개 교를 대상으로 학부모 설명회를 시행했고 학급당 정원 탄력적용, 특별교실의 한시적 전환, 교실 증축 등의 방안으로 현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령인구 증감 추이를 고려해 중장기 학생배치계획상 초·중 통합학교 운영 등 학교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제공=하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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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광주하남교육청 미래학교 추진

미사지구 과대·과밀학급의 해소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하남형 미래학교 즉, 통합학교다. 현재 통합학교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택지개발지구(신도시) 내 통합운영학교 신설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 3월 1일 기준 경기의 경우 10개의 통합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성남시, 과천시 등에 6개의 통합학교가 개교를 앞두고 있다. 이 중 수원 곡반3초·중은 경기미래학교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도 2019년 6월 송파구에 첫 통합학교가 문을 열었다. 또 강동구 등 몇 개 서울형 통합학교가 개교를 준비 중이다.

현재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청은 미사지구 통합학교 추진을 위해 지난해 4월 하남 미사지구 생활SOC복합화 학교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하남형 미래학교 교육과정개발위원회 기초 연구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협의회를 가졌다. 이어 하남형 미래학교 추진 기본 계획을 4월 중 수립하고, 올 상반기 중 하남형 미래학교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오는 10월까지 하남형 미래학교 교육과정개발을 위한 전문연구도 진행된다. 미사지구 통합학교는 ▲학교설립 시기 및 규모 등 결정 ▲학교용지 선정 ▲경기도교육청 자체 심사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학교용지 매입 및 학교설립 ▲개교 등의 과정을 거쳐 설립될 예정이다.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청은 미사지구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미사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 근린공원 부지에 초·중학교를 결합한 통합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170억여원(학교시설 제외)의 예산이 투입돼 도서관과 실내체육관, 주민편의시설 등 생활SOC가 함께 들어설 예정으로, 2024년 완공이 목표다.

하남시 관계자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통합학교의 강점으로 학습성장의 지속성과 생활교육의 연계성, 문제 해결 중심의 공동체 협력성, 교육의 유연성 등을 꼽는다”며 “미사지구 통합학교는 초·중등 교육과정이 같이 운영되지만 12학년제 등으로 운영되는 외국의 학제와는 다르다. 하지만 1951년에 설계된 6.3.3(초·중·고)학제가 갖는 단점을 극복하는 데 통합학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물들이 있다. 교육부와 경기도·서울시교육청 등은 홈페이지를 통해 통합학교의 장·단점 등 연구사례를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29일 하남시청소년수련관에서 김상호 하남시장과 한정숙 광주하남교육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과 서면 업무협약을 맺고 광주하남교육청과는 세부사업 운영을 위한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사진제공=하남시
지난 1월29일 하남시청소년수련관에서 김상호 하남시장과 한정숙 광주하남교육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과 서면 업무협약을 맺고 광주하남교육청과는 세부사업 운영을 위한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사진제공=하남시

#통합학교 '학교 폭력 우려' VS '과학적 근거, 데이터 없다'

미사지구 주민들은 지난달 경기도청과 청와대에 통합학교 취소를 요청하는 청원에 돌입하는 등 하남형 통합학교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주민들은 초교와 중학교를 통합해 운영하는 것에 대해 양질의 교육환경이 조성되기 어렵고, 학교 폭력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주민들은 초교와 중학교 분리 신설을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청에 요구하는 동시에 제2노인종합복지관 인근에 중학교 건립을 대안으로 제안한 상태다. 주민 A씨는 “하남시와 광주하남교육청은 통합학교 부작용에 대한 의견은 모두 무시하고 오로지 개교와 비용 절감에만 목적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광주하남교육청은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 폭력 우려 등에 대해 과학적 근거나 데이터는 없다며 오히려 교육의 연계성, 지속성, 유연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앞으로 신설되는 통합학교는 교육과정 통합운영을 통해 학년군, 학교급을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으로 운영될 것인 만큼 학습성장의 지속성, 생활교육의 연계성, 문제해결중심의 공동체 협력성 등 교육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부모들이 통합학교에 대해 막연한 우려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통합학교는 미래학교의 모델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정숙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무학년제 꿈트리학교 이미 성공적 … 미래인재 양성 위해선 유연성 확보돼야”

한정숙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미래사회 인재 양성을 위해선 교육의 연계성, 지속성, 유연성이 필요하다. 하남형 통합운영학교(이하 통합학교)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정숙(사진) 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현재 우리 교육의 '6(초등)·3(중등)·3(고등)' 학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육장은 “통합학교는 신도시 과대·과밀학급 현상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택지개발지구 통합학교 신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교육환경평가를 거쳐 미사지구 내 통합학교가 추진된다면 '수원 곡반초3·중(경기미래학교)'처럼 미래학교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통합학교 추진과정에 대해 “2018년 11월 교육청과 하남시, LH 하남사업본부 간 미사지구 학교 과밀 예측을 위한 용역조사 시행에 합의했고, 용역 결과 초등학교의 경우 2023년, 중학교는 2028년에 과대·과밀화를 나타낼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초 2개교, 중 1개교 추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결과물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역 결과에 따라)지난해 4월 하남 미사지구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통합학교 추진 업무협의를 시작해 하남형 미래학교 교육과정개발위원회 구성 및 협의회 회의를 두 차례 거쳤다”면서 “앞으로 하남형 미래학교 추진 기본 계획 수립(올 4월), 하남형 미래학교 추진위원회 구성(올 상반기), 하남형 미래학교 교육과정개발을 위한 전문연구 계획(올 4~10월)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학교 폭력 문제 등에 대해 한 교육장은 “현재도 대부분의 초교가 병설유치원과 같이 운영되고 있다. 막연히 고학년이 저학년 학생을 괴롭힐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런 과학적 근거나 데이터는 없다”며 “오히려 자율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공동체, 협력, 배려, 보살핌의 교육과정에서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사지구 통합학교는 미래학교의 모델을 하남에서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선도적으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하남형 미래학교는 학교 공간도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다를 것이다.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미래학교 공간으로 만들어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한 교육장은 우리나라 학제에 관해 묻는 질문에는 “통합학교, 미래학교, 고교학점제 등을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6·3·3 학제는 학교급이 단절돼 있는데 학년이 유연성 부분이 더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 하남시와 운영한 미래학교 꿈트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했다. 학년 구분 없이 무학년제로 초·중학생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서로 배우며 보살피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며 “현재 우리는 학년, 학교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체험활동·동아리 활동 등 창의적, 공동체적인 면에서는 무학년제 교육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편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 시작이 통합학교(미래학교)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초·중등교육법은 초, 중, 고교만 표기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도 통합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은 없는 게 현실이다. 2개의 시스템이 따로 가고 있다. 물리적·공간적 통합이고 내용 있는 통합은 아니다. 그런 부분에서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미래사회 인재 양성을 위해선 연계성, 지속성,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게 추세다. 외국의 경우 중·고를 같이 운영하기도 하고, 실험학교도 많다”고 했다.

한정숙 교육장은 끝으로 “하남형 통합학교는 지역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의 역동성을 확보하고 학교 간 공동체 문화 형성을 통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학교를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기존의 통합학교가 이미 설립된 초·중학교의 통합개교 형태였다면 하남형 통합학교는 초·중 연계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미래학교의 실현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