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 공평한 곳…투기로 얼룩져선 안된다

 

▲ 남성(土토)과 여성(也야)이 만나 만물을 토해내는 것이 땅(地지)이다. /그림=소헌

“까치들이 울타리 안 감나무에 와서 아침 인사를 하기도 전에 무색옷에 댕기꼬리를 늘인 아이들은 송편을 입에 물고 마을 길을 쏘다니며 기뻐서 날뛴다. (중략) 8월 한가위는 그렇게 떠들썩했지만 한편으론 쓸쓸한 축제였다. 사람들은 하고많은 이별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흉년에 초근목피를 감당 못하고 죽어간 늙은 부모를, 돌림병에 약 한 첩을 써보지 못하고 죽인 자식을 거적에 말아서 묻은 동산을, 민란 때 관가에 끌려가서 원통하게 맞아 죽은 남편을, 지금은 흙 속에서 잠이 들어버린 그 숱한 이웃들을.”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서 따왔다.

작가는 경술국치 직전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암울했던 근대사를 민중의 시각에서 서술하였다. 원고지 4만매(600만 글자) 분량에 600명이 넘는 인물이 방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토지를 한 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연민憐憫이다.”

토지土地는 무한히 연속하는 지표 및 지하의 구성 부분으로 형성되어 경제적으로 생산의 요소나 자본이 되는 땅이다. 특히 봉건시대에는 신분지배가 토지지배와 결부되어 정치적인 지배의 기초가 되었으므로 매우 중요한 재산으로 취급했다. 근대에 이르러 자유로운 개인 거래의 대상이 되면서 토지의 가치는 훨씬 커졌다. 토지(건물)를 소유한 자는 조물주 반열에 들게 되었다.

매부담토(魅不擔土) 땅은 도깨비도 떠메고 갈 수 없다. 돈은 도적맞을 수 있어도 땅은 가장 안전하고 없어질 걱정이 없는 재산임을 비유한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수사대상에 오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100여명에 달한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을 포함하여 다른 개발사업 모두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투기投機는 생산과 관계없이 땅을 통해 비정상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로서 자본주의 타락상을 대표하는 산물이다. 땅은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

 

土 토 [흙 / 땅 / 강토]

①__土(토)는 만물이 소생하는 흙이다. 갑골문에서는 봉긋하게 올라온 흙덩이로 표현했다. 땅을 뚫고 싹이 돋아나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남성을 상징한다. ②주역에서는 坤(땅 곤)으로 썼다. 하늘의 신神 번개(申신)가 땅(土)으로 내려온 신성한 의미를 지닌다.

 

地 지 [땅 / 영토 / 처지]

①앞뒤 구절을 이어주는 어조사는 也(잇기 야)다. 그런데 ‘이끼 야’라고 잘못 가르쳤다. ②也(야)는 큰 뱀이 똬리를 튼 모습으로서 여성을 상징한다. 풀이 메마른 흙(土)에서도 뱀(也)이 산다. ③남성을 상징하는 土(토)와 여성을 상징하는 也(야)가 합쳐진 地(지)는 만물을 토해낸다는 뜻을 지닌다. ④地(지)는 논밭과 넓고 큰 땅이며 영토를 의미한다. 옛 글자로 _(지)와 _(지)가 있다. 땅 위로 강이 흐르고 산이 솟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특혜를 주어 롯데몰 송도 땅에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게 해주었고, 이로 인해 롯데는 큰 수익을 얻었다고 알려졌다. 오피스텔은 거의 다 분양되었고 땅값으로 시세차익도 크게 보았다는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송곳 박을 땅도 없다. 그런데 LH직원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익명 커뮤니티에서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며 민중을 조롱하고 있다. 낯바닥이 땅 두께 같은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르고 염치가 없는 놈들이다. 좋다. 땅이 그렇게 좋다면 그리 가라. 먼 데 있지 않다. “한 자 땅 밑이 저승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