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군 대청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기록을 보면, 일본의 포경회사는 1915년 대청도에 고래잡이 사업장을 만들었다. 1930년대엔 매년 3∼6척이 고래 60여 마리를 잡았다. 그러다가 대청도 해역에서 '씨'가 마르면서 고래잡이는 점차 사라져갔다. 대청도 연해에선 참고래를 주로 잡았으며, 간혹 대왕고래와 돌고래도 걸렸다고 전해진다.

요즘은 어떨까. 대청도 특산품 중 홍어를 빼놓을 수 없겠다. 일반적으로 '홍어' 하면 흑산도를 떠올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홍어를 많이 잡는 섬이 대청도다. 흑산도처럼 삭힌 홍어가 아니라 싱싱한 홍어회를 즐긴다. 대청면 생산 수산물의 20% 이상은 홍어다. 6∼7월 금어기를 제외하고 홍어는 서해 전역에서 잡힌다. 흑산도와 서해 최북단 대청도 해역이 최대 홍어 어장이다. 명성으론 흑산도이지만, 어획량으론 대청도를 친다.

대청도엔 홍어를 전문으로 잡는 배가 예닐곱 척에 이른다. 주낙으로 낚은 홍어는 인천항으로 보내진 뒤 대부분 전남지역에서 팔린다. 인천에서 홍어가 나는 것을 아는 이가 드물고, 찾는 이도 많지 않아서다. 더욱이 인천보다 목포 등지의 시세가 더 좋으니, 그 주변 지역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맛 있는 대청도의 봄 홍어는 아는 사람만 먹는 별미로 꼽힌다. 1890년(고종 27년) 기록을 보면, 대청도에서 잡은 홍어와 가오리를 상납하고 중국 상인과 밀매를 했을 정도다.

홍어는 수온이 낮은 수심 100m 내외에서 서식하는 어종. 여름엔 대청·소청·백령 등지 일대 바다에 살다 겨울엔 흑산도로 내려간다. 홍어가 남쪽으로 가면 이들 섬의 어민도 따라갔다. 1970년대에 흑산도로 간 어민들은 미끼 없이 홍어를 잡는 '건주낙'을 전했다. 미늘 없는 바늘을 줄에 매달아 홍어가 다니는 길목에 놓아 걸리도록 해서 잡는다. 대청도에서 봄에 잡힌 홍어는 저장을 한 뒤 전남 영산포나 목포에 내다 팔았다. 대청도에서 출발한 배가 사나흘 걸려 도착하면 자연숙성을 거쳤다. 전라도에선 이렇게 숙성된 홍어를 찾았고 가격도 좋았다.

묵은 김치·돼지수육·삭힌 홍어의 조합을 흔히 '홍어 삼합(三合)'이라고 부른다. 묵은지의 신 맛, 돼지수육의 지방 맛, 톡 쏘는 홍어의 살 맛이 어우러진다. 이런 조합은 홍어 맛에 빠진 이들에겐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별로다. 홍어를 생각하면 코를 자극하는 냄새부터 상상하고 그 맛에 먹기도 하지만, 대청도에선 삭힌 홍어를 즐겨 먹지 않는다. “싱싱한 것을 먹어야 제맛이지, 뭐하러 삭히냐”는 지청구를 듣기 십상이다.

중구 내 한 호텔에서 대청도산 홍어를 활용한 신메뉴를 선보여 식도락가들의 발길을 모은다. 맛과 건강을 고려한 홍어 스테이크가 전문이다. 아울러 영흥도 바지락 파스타, 서해5도 청정해역 해초 비빔밥, 강화 인삼소스 얹은 안심 스테이크 등이 준비됐다. 이런 메뉴가 코로나19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수산물의 소비 촉진과 '인천의 맛'을 널리 알렸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