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에 뛰어드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다. 너무 많은 돈을 미술 작품에 쏟아붓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투자다. 큰돈을 쏟아부을 경우 소장품의 가격에 지나치게 신경 쓰게 되고, 가격이 잘 오르지 않으면 작품 감상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문웅, '수집의 세계-어느 미술품 컬렉터의 기록', 교보문고, 2021, 94쪽)

 

금수저도 아니고 예술을 전공하지도 않은 평범한 대학생이 우연한 기회에 미술품을 구입했다. 몇 년 뒤 그 미술품 값이 4배나 오르자, 그는 예술품 수집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기에 뛰어들었다. 평범했던 청년은 지금 <구운몽> 최고본(最古本)을 비롯해 로댕의 조각, 리히텐슈타인의 그림까지 소유한 성공한 수집가가 되었다.

소유하고 있는 동안 아름다운 작품을 늘 감상할 수 있고, 값이 오르면 판다는 선택지가 있는 미술품 수집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 받는 요즘, 이 책은 50여 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집을 해온 컬렉터가 자신의 수집 노하우를 공개하고 실패담을 공유함으로써 예술품 수집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조언을 담고 있다.

전문가적 관점에서 현대 미술시장의 흐름을 읽고 경영학적 측면에서 예술을 분석해, 미술품 수집에 꼭 필요한 큰 흐름을 보는 눈을 제공한다. 글쓴이 문웅은 "살아가면서 취미 하나쯤은 필요하다. 작품 감상의 즐거움과 함께 재화적 가치도 지닌 미술품 수집은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취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다양한 재테크 방식 중 하나가 미술품, 즉 아트테크다. 비싼 그림을 사는 대신 수십만 원 대 소품 등의 그림으로 시작할 수 있고 비싼 그림은 여러 명이 함께 소유하는 아트펀드 형식의 투자 방법도 활용된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예술품은 소유하고 있는 동안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런 이유들로 요즘 미술 투자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점은 '투자'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칫 큰 흐름을 읽는 법을 놓쳐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분야든 투자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단순히 흐름을 뒤따라가서는 투자라고 할 수 없다.

<수집의 세계>는 미술품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법부터 작품을 고르는 법, 돈이 되는 그림을 보는 눈을 키우는 법 등 미술 투자의 정도를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스무 살 무렵, 동국진체의 계승자 학정 이돈흥 선생에게 서예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그때 인연으로 우연히 의재 허백련이 그린 병풍을 사게 됐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후 허 화백이 타계하자 그 병풍의 값이 4배로 뛰었다. 4배 값에 팔고 나서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그 병풍 값이 2배로 뛰는 것을 지켜보았다. 저자는 왜 그림값이 뛰는지, 가격은 어떻게 형성되고 상승하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됐다. 그래서 20대부터 미술품 수집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엉터리 복원된 고려청자를 사기도 했고, 무작정 좋아서 샀는데 작가가 붓을 꺾어 더 이상은 가치가 상승하지 않는 실패도 경험했다. 가짜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런 실패를 경험해가며 좋은 작품을 보는 눈, 작품을 더 저렴하게 사는 법, 원하는 작품을 놓치지 않는 법, 세계로 눈을 넓히는 법까지, 그의 수집의 세계는 넓어졌다.

1952년 전남 장흥 생인 문웅의 수집은 1980년 건설경기 호황과 함께 사업가로서 일찌감치 성공한 덕분에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 실패와 재기 과정에서 수집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미술에 대한 열정은 좀체 식지 않았다. 한동안 사업에서 손 떼면서 생긴 시간에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하기로 결심해 만학도로서 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중앙대 예술대학원과 호서대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2018년 정년퇴임했다.

1971년 학정 이돈흥 선생을 사사해 서예를 시작했고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호는 인영(忍迎). 20대 시절 우연한 계기로 미술품 수집에 뛰어든 이후 50여 년간 수집가로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서울 인사동에 인영아트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오직 한 사람>, <미술품 컬렉션> 등이 있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