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남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가' 출간
▲ 그대는 남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가, 김성제 지음, 지우북스, 338쪽, 1만8000원
▲ 그대는 남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가, 김성제 지음, 지우북스, 338쪽, 1만8000원

“긴 밤 되세요.”

저녁에 근무 교대를 하는 김성제 인천 계양 소방서 현장대응2단장의 입에서 낯선 말이 나왔다. 김 단장은 이것이 소방문화라고 했다. 밤새 화재와 같은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가 출동할 일은 없다. 계양구민들이 평안하고 무탈한 밤을 보내길 바라는 소방관들의 인사인 것이다.

23년째 소방에서 근무한 그는 현장에 출동해서 직접 경험한 사건·사고를 모아 책 '그대는 남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가'를 썼다.

“현장 사례의 느낀 점을 남들과 공유할만한 사건 사고 중심으로 사실에 근거해 집필했습니다. 2013년부터 2020년 겨울까지 우리나라의 큰 사건·사고들을 인천에서 일어난 일 중심으로 기록했죠.”

이전에는 2교대 근무를 했고 지금은 3교대 근무를 한다. 바쁠 때는 24시간 근무할 때도 있고 하루에 8번 출동하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그에게는 강행군이다.

“일단 돌아가는 업무 생활 패턴 가운데 짬을 내서 메모해 놨다가 보완하고 전체를 꿰었습니다. 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한 작업이죠.”

소방관으로서, 또 작가로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그가 책을 쓸 수 있었던 건 책임감 때문이었다.

“사건·사고를 일반 시민이 자주 당하진 않습니다. 저는 출동하는 사람이라 사건·사고를 많이 접하다 보니 시민들에게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소방관이 출동해서 도착하기 전 주변 사람이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초동조치 요령 등도 시민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현직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담았다.

“예비소방관들이나 처음 현장에 나온 후배들은 실무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이론만 공부합니다. 실제 현장이 어떤지 잘 몰라요.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현장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성제 작가
▲ 김성제 작가

그가 이 책을 낸 저변에는 자신을 가다듬는 마음도 있었다. 제목 '그대는 남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가'는 헤르만 헤세의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는가'에서 나왔다.

“재난현장에서 생판 남인 시민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우리 대원을 보면서 저도 지휘관으로서 많은 성찰을 했습니다. 지휘관인 나는 도덕심과 기술이 더 나아야 하는데, 나는 어떠한가 생각 끝에 나온 제목이죠.”

“기록을 남기는 것은 중요한데 꺼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책을 낸 이유는 저 스스로 똑바로 살기 위해서입니다.”

/글·사진 박서희 인턴기자 joy@incheonilb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