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근대 문물의 '상륙지'다. 개항 이후 갖가지 서구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경천동지할 만한 경험을 했다. 그를 처음 접한 인천은 새로운 변신을 거듭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인천 최초·최고'를 자랑할 만큼, 근대 역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시절을 거쳤다. 비록 일제 강점기라곤 해도, 인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했다. 일제가 물러갈 때까지 한반도의 교두보 역할을 두루 하면서, 전국 8도인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개항기 인천은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해 철도와 기독교 등 신문물로 가득 찬 '신도시'였다.

그랬던 인천에 걸림돌로 작용한 사건이 있으니, 바로 인천상륙작전이다. 한국전쟁 당시 기울어진 전세를 역전시킨 작전으로 유명하지만, 인천인들에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세계 전사에 빛나는 인천상륙작전일지라도, 인천엔 희생을 '강요'한 전쟁이어서다. 엄청난 함포사격으로 쑥대밭으로 변한 인천은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폐허 위에서 다시 시작하는 길을 걸어야 했다. 상륙작전 때 그렇게 인천을 완전히 뭉개버려야 했는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어쨌든 인천에 처음 들어와 꽃을 피운 서양식 문물 중엔 야구를 빼놓을 수 없겠다. 1899년 인천영어야학교(인천고 전신)에 다니던 일본인 학생이 쓴 일기장에서 '베이스 볼' 경기를 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기록은 흔히 국내 야구를 거론할 때 등장하는 1905년 황성기독교청년회(현 서울YMCA) 설을 6년이나 앞선다. 서울에서 선교사가 팀을 짜 이듬해 국내 최초로 경기를 했다는 통설을 뒤엎는다. 기록으로 보면, 인천이 야구원조인 셈. 아울러 인천에선 1920년 한용단(漢勇團)이란 야구단이 창단돼 일본 팀들과 맞서면서 민족의식을 높였다. 심판의 편파적 판정에 불복해 조선인들과 함께 시위를 펼치다 곧 해체되긴 했지만, 명색을 갖춘 야구단으로선 우리나라 처음이라고 여겨진다.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이름을 'SSG 랜더스'(Landers-상륙자·착륙선)로 결정했다. '랜더스'는 지역을 상징하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처럼, '인천'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팀명이다. 인천은 비행기나 배를 타고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딜(Landing) 때 처음 마주하는 관문 도시이다. 우리나라에 야구가 처음 상륙한(Landing) 곳이기도 하다. '랜더스'라는 이름엔 신세계가 선보이는 신식 야구문화를 인천에 상륙(Landing)시키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인천에서 새롭게 떠오르겠다는 뜻도 있다. '랜더스'란 구단 이름이 나왔을 때 온·오프라인에선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을 제일 많이 연상했다고 한다.

'SSG 랜더스'가 인천의 상징과 인천의 자부심으로 떠올랐으면 한다. '랜더스'를 중심으로 팀과 팬, 지역이 야구로 하나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신세계 측은 이런 공동체를 꾸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터이다. 역사의 명암도 기억하며, '랜더스'가 새로운 야구시대의 문을 활짝 열길 기대한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