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만 먹고 가는 당신은 하수
▲ 공화춘 접객실.
▲ 공화춘 접객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한 모퉁이에 꼭 가볼 만한 박물관이 있다. 바로 '짜장면 박물관'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짜장면의 역사와 문화, 짜장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이 박물관은 짜장면을 인천에서 초기 개발해 판매한 식당 '공화춘(共和春)'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2012년 4월28일 개관한 이 곳을 지금까지 약 20만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찾았다. 특히 주말 수도권 가족 관람객들이 인천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음식으로 외식을 하고 월미도, 연안부두, 한중문화관,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 등 주변관광지와 인천개항장 테마박물관을 연계해 둘러보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 공화춘 접객실.
▲ 공화춘 접객실.

▲근대 노동자의 든든한 한 끼, 작장면(炸醬麵)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 공원인 자유공원 중턱에 있는 인천차이나타운. 1884년 중국인이 이 일대 5000여 평에 청국조계지를 설정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요릿집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인근 인천항에서 일하던 부두 노동자가 중국요리의 맛에 이끌려 이곳을 자주 찾았고 이를 계기로 좀 더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 짜장면을 개발하게 된다.

짜장면은 중국된장인 미옌장(甛麵醬)을 비벼 먹는 작장면(炸醬麵)과 달리 달콤한 캐러멜을 첨가하고 물기를 적당히 유지하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는데, 곧바로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되어 대표적인 한국음식으로 자리매김한다.

짜장면을 초기 개발해 판매된 곳은 식당 공화춘(共和春)이다. 공화춘이 처음 인천차이나타운에 문을 열게 된 것은 1908년으로 중국 산둥지역 출신인 우희광 선생이 22살의 젊은 나이에 '산동회관(山東會館)'이란 이름으로 첫 영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산동회관은 단순한 '중국요리점'이 아니라 개항장이었던 인천항을 오가는 각국의 무역상들이 기거하고 음식을 먹는 중국의 객잔 성격의 공간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많은 화교가 찾았다.

산동회관이 '공화춘(共和春)'으로 이름을 바꾼 계기는 1911년 1월15일 청나라가 중화민국으로 바뀌면서다. 아시아 최초로 공화국이 됐으니 매우 기쁜 일이며, '봄'이란 한 해의 시작이고, 청춘의 활기와 희망을 담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그 후 '공화춘'은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중국요리집으로 호황을 누렸으나 화교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정부의 화교정책에 밀려 1983년 폐업하고 말았다.

▲ 공화춘 주방.
▲ 공화춘 주방.

▲공화춘의 역사를 그대로 살린 박물관

공화춘은 2층 구조물의 69평 규모로 중국 산동지방의 장인이 참여해 지은 중정형(中庭型)의 중국식 건축물이다. 외부는 벽돌로 마감하고 내부는 다양한 문양과 붉은색을 사용하여 화려하게 장식했다는 특징이 있다. 공화춘은 '눈 목(目)'형 건축물로 앞뒤에 일(一)자형 건축물이 있고 그사이 공간에 4개의 건축물을 연결해 1층 기단부는 화강석을, 2층 창호는 목제 창으로 만들었다. 2006년 4월 등록문화재 246호로 등록 지정됐다.

인천 중구는 이 건물을 2010년 매입했다.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린다는 국민 음식 짜장면을 주제로 한 박물관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짜장면과 공화춘에 관련한 전시유물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공화춘 주방과 접객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인천에 사는 화교들과 중·장년층에게 향수를 제공하고 젊은 층에 근대 음식 문화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 나무배달통.
▲ 나무배달통.
▲ 사자표 짜장 상표.
▲ 사자표 짜장 상표.
▲ 광화춘 음식 요금표.
▲ 광화춘 음식 요금표.

▲짜장면박물관 제1~6전시실

1전시실에서는 화교역사와 짜장면을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인이 즐겨먹는 짜장면은 그 재료와 맛이 많이 바뀌었지만, 개항기 인천항의 화교들을 통해 처음 소개된 중국 산동지방의 음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곳에서 1883년 개항이후 인천 화교의 역사를 통해 짜장면 탄생과 변천의 역사적 배경을 전시하고 있다. 화교들의 이발도구인 삭도 등 인천 화교사회의 변천상을 보여주는 중요 유물을 관람 할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어떻게 짜장면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과정이 나타나 있다. 개항기 인천항의 부두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지게를 내려 산동식 짜장면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장면이 모형을 통해 연출돼 있다.

3전시실은 1930년대 공화춘 접객실을 그대로 재현해놨다. 산동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즐기던 짜장면은 중화요리가 각광받던 일제 강점기에 비로소 음식점의 메뉴로 등장하게 된다.

공화춘에서 수습된 유물을 그대로 활용해 접객실 내부를 재현한 이 공간에는 짜장면을 즐기는 다양한 인물모형과 유물이 전시되어 음식점에서 즐기는 짜장면의 새로운 발전 단계를 보여준다.

4전시실에선 짜장면의 전성기인 1970년대를 볼 수 있는데 해방 후 짜장면에 캐러멜이 첨가돼 달콤한 맛을 내는 춘장이 사용되면서 짜장면은 그 인기를 더하게 되었다.

여기에 정부의 밀가루 소비 장려정책, 산업화에 따른 외식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짜장면은 국민음식의 반열에 올랐다. 졸업식 후 가족과 함께 짜장면을 즐기는 장면을 배경으로 짜장면 가격의 변천, 혼·분식장려운동, 짜장면의 면발 등 짜장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5∼6전시실은 면의 종류, 배달통의 변천, 화덕주방 등 현대의 짜장면과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 김남희 인천중구시설공단 학예사
▲ 김남희 인천중구시설공단 학예사

▲김남희 인천중구시설공단 학예사

“짜장면 역사를 그냥 중국집 역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짜장면은 우리 문화거든요.”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짜장면의 발생지는 인천차이나타운이다.

김남희 중구 시설관리공단 문화사업팀 소속 학예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짜장면 관련 유물을 볼 수 있는 박물관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화교와 특히 중화요리 관련된 회계장부 등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물들을 확보하고 있지요.” 짜장면 박물관에서는 짜장면의 역사뿐 아니라 인천 화교의 역사, 짜장면과 함께한 우리 문화까지 확인할 수 있다. 철가방이 사용되기 전까지 배달을 담당했던 나무 배달통 등도 흥미롭다.

“1층 전시실에는 옛 공화춘 주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오셔서 관람하시면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