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을 겨울잠에서 깨우는 경칩(驚蟄·3월5일)이 지났다. 뭇 생명이 기지개를 켜며 봄을 알린다. 겨울에서 봄으로 갈아타는 전환기이다. 이즈음이면 개구리들은 제철을 맞아 활동을 시작한다. 개구리뿐이겠는가. 겨울 내내 움츠러들었던 생명체들이 잠을 털고 일어나는 약동의 절기다. 경칩은 봄의 전령사로, 농가에선 본격적인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개구리 얘기를 하면, 아련한 추억에 젖는다. 소싯적에 개구리는 지천이었다. 얕은 물가에서 풀섶을 헤치면, 영낙없이 개구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대한 일화도 흔하다. 가령 동네 아이들과 함께 '참개구리 사냥'에 나서, 잡고 난 후 뒷다리를 벗겨내 짚불에 구워먹기 일쑤였다. 몸집은 버리고 오동통한 다리만 취했다. 그 맛은 약간 비리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없던 시절' 단백질 보충의 일환이었다. 인천이 개발일로에 들어가기 전이다.

그랬던 개구리가 요즘은 '귀하신' 대접을 받는다. 각종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점차 사라져서다. 특히 도시화한 지역에선 개구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어쩌다 발견해도 그저 바라다볼 뿐, 잡는다는 건 상상불허다. 아이들도 개구리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농촌에서조차 농약과 비료 사용 등으로 인해 개구리들이 점점 자취를 감춘다고 하니 개탄스럽다. 이젠 개구리 서식이 환경보호는 물론 친환경 지역의 표본으로 삼을 정도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인천시는 얼마 전 깃대종으로 5종의 동·식물을 꼽았다. 금개구리·대청부채·저어새·점박이물범·흰발농게가 인천을 대표한다. 시민 설문조사(2월17일∼3월2일)와 전문가 의견 청취 결과다. 깃대종이란 한 지역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개척자라는 이미지를 깃발의 의미로 형상화한 것이다. 1993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금개구리는 강화군 송해면과 계양구 서운동 등지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이다. 최근 개발사업으로 서식지가 크게 줄어든다. 대청부채는 옹진군 대청도와 백령도 등지에서 난다.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유일하게 인천 지명에서 유래됐다. 저어새는 인천 해안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 생물 1급이다. 전 세계 개체 수가 5000마리 이하로 90% 이상 우리나라에서 번식한다. 점박이물범 서식지는 백령도.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이다. 중국과 북한 등을 넘나들어 서해 평화의 상징적 동물이다. 흰발농게는 영종도 갯벌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건강한 갯벌 복원 효과를 기대한다.

오늘날 지역 생태계 특성은 아주 중요해졌다. 깃대종이란 말이 생겨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천 곳곳에서 개발을 일삼아 그 환경 피해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개발론자 눈엔 이런 깃대종 선정 작업이 '별로'일 수 있다. 하지만 환경 파괴로 이들 생명이 사라지면, 우리 인간도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터이다. 생태가치 자원을 발굴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도시로서 품격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