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서부 캐나다와 접경지역에 위치한 워싱턴주는 1899년에 미국 연방에 가입한 비교적 젊은 주에 속한다. 주청 소재지는 올림피아라는 작은 도시지만 시애틀이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미국을 대표하며 세계 항공기 제조업의 선두를 달리는 보잉을 필두로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코스트코, 스타벅스커피 같은 세계적인 첨단기술 기업들과 유통기업이 시애틀에서 창업했다는 것은 우연이라기 보다는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지닌 남다른 특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애틀(Seattle)이란 지명은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던 쓰와네 인디언 부족 추장의 이름이다. 1855년 미국의 14대 대통령 플랭클린 피어스는 사절단을 보내 그들의 땅을 정부에 팔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의 특사를 통해 시애틀 추장이 보낸 회신은 독립 200주년 기념으로 공개되었는데 오늘날 미국에서 살고있는 다양한 인종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연을 공경하며 자연과 함께 자연을 아끼는 인디언들의 삶과 믿음을 느끼는 감동을 주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늘을… 땅의 체온을… 사고 팔 수 있습니까? 우리는 공기의 신선함과 물의 거품조차도 소유하지 않습니다. 이 땅의 모든 구석은 나의 백성들에게는 신성합니다. 백인들이 우리의 사는 방식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땅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져가는 타인입니다.”라고 시애틀 추장은 적었다.

▶1831년 신생독립국 미합중국을 9개월간 여행하고 귀국해서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방대한 명저를 저술한 프랑스 학자 알렉세이 토크빌은 원주민 인디언을 찾아가고 대화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의 삶과 많이 달랐다. 그들은 개화된 다른 종족들을 알지 못했으며 쾌락에 타락한 모습도 없었고 야성의 본능에 따라 생활했다. 인디언들은 가난하지만 문명국가의 하층민처럼 불평등하지 않고 불행하지도 않았으며 삶은 자유롭고 평등했다. 그들은 소유욕이 없어 자제심과 정중함이 있었고 전쟁에는 잔인하지만 평상시에는 따듯하고 손님대접도 잘했다. 밤에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자신이 굶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새 정부가 뎁 할랜드 라구나 푸에불로 인디언 부족 출신을 내무장관에 임명한 후 백악관 기후보좌관 지나 메카시, 환경보호청장에 마이클 리건 에너지 장관에 제니퍼 그랜홀름 그리고 원로정치인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기후특사로 임명해 역대 최강의 기후팀을 대통령이 직접 협의하고 이끌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66년 전 시애틀 추장의 여한을 할랜드 장관의 기후팀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신용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