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국민들이 시청료 한푼도 올려주고 싶지 않다는 게 요즘 KBS의 신세다. 전기요금에 얹어 매달 국민들 주머닛돈을 거두고도 늘 경영위기란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런 KBS에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준 프로도 가끔 있었다. 1983년의 한여름을 달궈 준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대표적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통해 켜켜이 쌓여온 눈물과 한이 한꺼번에 분출한 그해 여름의 여의도 광장이었다. 지금도 그 때 나온 노래 '잃어버린 30년(설운도)'을 듣노라면 떠오른다. 그 곳 아스팔트까지 뒤덮었던 가족찾기 벽보들과 가족 상봉장의 눈물 바다가.

▶요즘에도 KBS에 채널을 멈추게 하는 프로들이 더러 있다. 우선 '한국인의 밥상'이다. 밥상들을 둘러싼 풍경과 애환들이 그지없이 정겹다. 국민배우 최불암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표정이 그 밥상들을 더욱 구수하게 한다. 다음으로 꼽을만한 것이 '6시 내고향'이다. 1970년대 초까지 한국인의 70%는 촌사람이었다. 지금은 도시에 살아도 마음의 뿌리는 아직 그 곳 논두렁 밭두렁에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오후 6∼7시경에는 고향 부모들에 안부전화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각 노부모들은 '6시 내고향'에 푹 빠져있어서다.

▶그 '6시 내고향'에 언제부턴가 '떴다, 내고향 닥터'라는 코너가 생겨났다. 고향의 노부모들은 오랜 농사일에 허리나 무릎이 아파도 “난 괜찮다”고들 한다. 도시에 나가 부대끼는 자식들 걱정 덜어주기 위해서다. 내고향 닥터에서는 먼저 도시 자녀들의 사연을 받는다. 대개 평생 농사일이나 바다일을 해 6남매를 키워낸 사연들이다. 이제는 힘이 부치는데도 자식들에게 택배 꾸러미를 보내느라 일을 멈추지 못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원장이 그 '내고향 닥터'로 맹활약 중이다. 최근 한 방송에서는 이수찬 고향 닥터가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선도로 출동했다. 서울의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일하는 딸이 고향의 노부모님 건강을 걱정하는 사연을 따라서다. 가보니 평생 농사일로 두 분 다 척추와 다리가 크게 망가져 있었다. 두 분이 인천으로 와 부평힘찬병원에서 로봇 인공관절치환수술까지 받았다. 지난 주에는 두 분 다 일상 거동을 하게 된 완치 장면이 방송됐다. 내 부모 대하듯 정성을 다하는 이수찬 원장의 선한 표정에서 안성맞춤 고향 닥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찬병원은 2002년 인천에서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이제는 인천 2곳, 서울 4곳, 부산_경남 2곳 외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까지 진출해 있다. 다음은 몽골, 미국, 아프리카로 나아갈 계획이다. 이달 중에는 수인선 호구포역 인근에 힘찬종합병원이 문을 열 예정이다. 본시 부산 갈매기로 태어나 인천 갈매기로 터를 잡은 이수찬 원장. 고향 닥터 이수찬의 더욱 힘찬 비상을 응원한다.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