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27일 오후 인천일보 윤전국에선 '인천근대양악열전(仁川近代洋樂列傳)'이 펼쳐졌다. 이를 테면 음악과 함께하는 '역사 토크 콘서트'였다. 신문을 만드는 윤전국이 무대다. 기계음으로 휩싸였던 공간에 바이올린·비올라·클라리넷·첼로·풍금 등이 조화를 이룬 선율로 가득 찼다. 인천콘서트챔버가 연주를 선보였다. 중간에 곁들인 역사학자들의 해설은 관람객들에게 마치 근대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하는 듯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을 오늘에 되살린 음악들이었다.

1883년 제물포가 개항되면서부터 일제 강점기 이야기들이 다채로운 노래와 만났다. '푸른 옷소매'를 시작으로 미국 국가인 '양키 두들'이 연주됐다. 양키 두들은 조미수호통상조약 당시 불렸다고 알려진 곡. 관람객 어깨가 절로 들썩일 정도로 경쾌하면서도 흥겨웠다. 이어 1902년 프란츠 에케르트 작곡 대한제국 국가를 비롯해 도산 안창호의 애국가, 올드랭싸인의 애국가,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가 1소절씩 울려 퍼졌다. 다양한 형태의 애국가는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곡이었다.

인천은 근대 음악의 발상지다. 개항 이후 서양에서 유입된 음악이 싹을 틔운 곳이다. 근대 음악을 이끈 사람으론 선교사 아펜젤러가 꼽힌다. 1885년 인천 땅을 밟은 그는 풍금으로 알려진 소형 오르간을 들여와 서양 음악을 알렸다. 아펜젤러와 선교사들은 조선에 들어오고 나서 복음 전파 수단으로 찬송가를 보급했다. 이에 따라 서양 음악이 국내에 소개되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선교사들은 교회와 함께 학교를 건립했고, 과목 중 하나로 음악 수업을 병행했다. 학생들은 풍금 연주에 맞춰 서양식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인천이 국내 처음으로 '음악 교육'을 시행했다는 얘기다.

인천콘서트챔버(대표 이승묵)가 '인천근대양악열전'이란 음반을 내 눈길을 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개항기 인천을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서양 음악을 한데 묶었다. 이 대표가 5년 동안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찾아 정리한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음반엔 모두 15곡이 수록됐다. 1882년부터 1941년까지 음악이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미군 군악대가 연주한 '양키 두들'을 비롯해 개신교·천주교·성공회의 종교음악, 독립신문에 언급된 '제물포 애국가', 최초 공식 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 경인철도 개통을 기념한 '경인철도가' 등이 담겼다.

“근대 음악은 단순한 옛날 음악이 아니라 시대의 희로애락이 담긴 초상이다.” 이 대표 말처럼 음악에도 삶이 녹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근대 음악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찾는 일은 중요하다. 더구나 인천에서 처음으로 서양 음악이 울려 퍼졌다는 사실은 인천인들의 자긍심을 일깨운다. 오늘날 K-POP 등 한국 음악산업 물꼬를 튼 곳이 인천 개항장이란 점에서 더 그렇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인문학자들이 모여 협업 활동을 벌이면서 새로운 기획과 작품을 선보이면 어떨까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